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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역사

정사 삼국지 위서(魏書)

by 만선생~ 2024. 8. 28.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 위서(魏書)를 읽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처럼 스토리가 드라마틱한 건 아니지만 실존
인물이 어떻게 삼국연의에 반영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나름 재밌다.

의아하겠지만 난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가운데 여포를 가장 좋아했다.
삼국연의에 그려진 여포는 지략이 부족하고 배신을 밥먹듯 
하는 인물이지만 여자에게는 목숨을 거는 순정남이기 때문이다.
인물도 좋았던 듯 하다.
당시 사람들이 말하길 “사람가운데는 용장 여포가 있고
말 가운데는 명마 적토마가 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적토마에 올라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영웅 그 자체였을테다.

여포하면 생각나는 여인이 있는데 중국 4대 미녀 가운데 한 명인 초선이다.
기울어가는 한황실을 위해 바쳐진 비운의 여인!
그리하여 마침내 절대 권력자인 동탁과 천하의 용장 여포가
갈라서 싸우게 되니 미인계란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정사 삼국지 ‘여포전’엔 어떻게 쓰여 있을까?
“동탁은 항상 여포에게 중합(내실의 작은 문)을 지키도록 했는데 시녀와 사통하게 되었다.
이일이 발각될까 두려워진 여포는 절로 마음이 불안했다.“
이게 전부다.

초선은 물론 여포와 사통한 여인의 이야기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초선은 나관중이 저 한 문장을 보고 탄생시킨 가공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동탁과 여포의 틈이 벌어진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정사 삼국지를 읽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나관중의 붓 끝에 놀아났는지 깨닫고

화를 내야할지 아니면 속아줘야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사실 소설인 줄 알면서도 그 엄청난 재미에 빠져 실제라고 믿는 게 바로 삼국연의다.

인류역사에 가장 빼어난 이야기꾼 가운데 한 명이 나관중 아닌가 싶다.
요새로 치면 초초초 대박작가로 해리포터를 쓴 조엔 롤랭 만큼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살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나관중은 소설 창작에 별다른 의의를 두지 않았다.
불우한 시대에 태어나 뜻을 펼치지 못하는 지식인으로서
시간이나 죽이자며 쓴 것이 삼국연의였을 뿐이다.

201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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