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빗 소로는 환경운동의 시조다.
오늘날 환경운동을 거슬러 올라가면 소로와 만나게 된다.
소로는 반정부주의자로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주장하였다.
실재 소로는 젊은날 월든이란 호수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동안 살았다.
이때 쓴 글들이 우리가 아는 "월든"이란 책이다.
십여년 전 한 여자 후배가 내 원고를 보더니 서정적이라고 했다.
그런가?
의아했지만 작품을 훑어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변변잖은 실력이지만 컷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노력하였다.
무신론자지만 그래도 꼭 한가지 믿어야한다면 그 것은 자연이다.
자연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반드시 지켜야할 대상이기도 하다.
만약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환경운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작가의 작품엔 작가의 삶이 자연스레 스며있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 만화 속에 서정성이란 게 있다면 그 것은 아마도 통싯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통싯굴은 고향에 있던 아주 작은 저수지다.
자연호수가 아닌 인공호수다.
하지만 자연호수와 크게 다를바 없었던 것이 호수엔 갈대숲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철마다 수많은 새들이 모여들었다.
초겨울 호수위로 모여드는 기러기 떼는 다시없는 볼거리였다.
거기다 노을이 지면 호수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쉽게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고향을 떠나온지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통싯굴의 윤슬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룻배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상상을 하였다.
성인이 되어 통싯굴을 찾았을 때 호수가 그리 작은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그럼에도 호수는 아름다웠고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아버지가 도박으로 돈을 모두 탕진했을 때 살길이
막막해진 어머니는 통싯굴속에 몸을 던지려고도 했단다.
그래서 나는 통싯굴이란 제목으로 30쪽 정도 되는
단편만화 스토리를 한 편 썼다.
정가네소사 4권에 들어갈 작정이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정가네소사는 발표공간이 없어 3권으로 막을 내렸다.
통싯굴은 헨리데이빗 소로가 거닐었던 월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소로와 내가 느꼈을 아름다움에선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통싯굴!
지금은 비록 주위에 축사와 공장이 들어서 예전같은
분위기가 안나지만 그래도 늘 가보고 싶은 곳이다.
물론 소로가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월든"도.
202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