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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외

다다미 추억

by 만선생~ 2024. 9. 26.

 

다다미 추억
 
2006년 지금은 문을 닫은 청년사에서 동화책 삽화를 그렸는데 집에선 작업이
잘안된다고 하자 그럼 회사에 와 작업을 하라는 것이었다.
4층에 기획위원실 숙소가 비어 있다면서.
하여 약 보름간 출판사에서 숙식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특이한 점은 기획위원실 숙소에 다다미가 깔려있다는 것이었다.
때는 여름이었는데 나는 이 다다미가 너무나 좋았다.
감촉하며 냄새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나 싶었다.
 
몇년 전 교토와 멀지않은 소도시에 있는 한 여관에서 사흘동안 머물렀었다.
묘각원이란 이름의 여관이었는데 툇마루가 있어 참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다미였다.
다다미 모양을 한 장판을 깔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씩 바퀴벌레가 한마리씩 지나가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대신 깊은 욕조는 내가 일본에 와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흘이 지나 숙소를 나서려는데 환갑을 넘긴 여주인이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극진한 태도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준비해둔 말도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신세많이졌습니다'란 뜻의 '오세와니나리마시따' 대신 한국말로 '고맙습니다'란
말로 대신하였다.
다다미가 아닌 장판인게 아쉽지만 다시 한번 머무르고 싶은 집이다.
 
이듬해 에어비엔비엔비로 홋카이도에 있는 한 숙소에 머물렀다.
집이 오래되어 복도를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방에 처음 들어섰을 때 놀란 것은 냄새였다.
짚이 찌들대로 찌든 냄새, 바로 다다미에서 나는 냄새였다.
오래된 다다미에선 이런 냄새가 나는 듯하다.
새 것으로 갈아줬으면 좋겠지만 다다미값이 한두푼이 아니니 쉽게 갈지는
못하리라.
그래도 처음 들어갈 때 찐 냄새가 싫은 거지 방안에서
있다보면 어느새 잊혀진다.
화장실 냄새와도 비슷하다.
후각이 마비돼 익숙해지는 것 말이다.
 
다다미는 일본의 습한기온으로 인해 탄생한 물건이다.
에도시대엔 귀족들만 사용하다 근대 들어 일반에 많이 보급되었다.
그래도 값이 비싸 쉽게 갈지는 못하는 듯 하다.
너희집 아파트 몇 평이냐 물을 때 그 한 평은 다다미를 두개 접은 크기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뿌리박힌 공간 개념이다.
요샌 평수 대신 제곱미터를 쓰는데 적응이 잘 안된다.
한국에선 보신각에서 충정로역으로 가는 어디 쯤에서 다다미 파는 집을 보았다.
본게 십년도 더 되어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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