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온통 내 걱정이시다.
운동해라.
밥 잘 먹어라.
늙어 보이니 피부에 신경써라.
아이고 엄니 또...
이런저런 얘기 끝에 노벨문학상 얘길하니 방송 보면서 내 생각이 많이 나더란다.
우리 아들도 저렇게 좋은 상 받아야는디...
나는 좀 놀랐다.
우리 어머니가 그런 생각을 하실 줄은 몰랐다.
왜냐면 전화 통화를 하면 맨날 묻는 말이 '일거리는 있냐'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이 너무나 싫었다.
작가라는 인식보다 일거리에 목매는 하청업체 직원 쯤으로 아들을 대해서다.
'작업은 잘하고 있냐? '이리 물어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먹고 사는 건 너무나 중요한 문제지만 무얼하며 먹고사느냐도 중요하다.
엄니 말대로 일이 들어오지도 않거니와 일이 들어와도 아무 일이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만화를 그리는 이유는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게 빠지면 엄니 말대로 '일'을 기다리는 하청업체의 기능공밖에 되지 않는다.
기능공이 되기 위해 만화를 시작한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으며 내 생각을 많이 했다는 어머니 말씀에 기뻤다.
나를 작가로 알고 계시는구나 싶어서다.
아무쪼록 어머니께 걱정을 안끼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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