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방이 세 개인데 만화책만 있는 방 이름을 '숲정이'라고 하였다.
숲정이는 전라도말로 동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숲을 말한다.
숲정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작년 12월 초 전주에 갔을 때다.
숲정이 성당이란 팻말을 보고 숲정이란 말이 궁금해 찾아봤다.
같은 달 여산동헌에 갔었는데 동헌 바로 아래를 숲정이 성지라 하였다.
조선말 숲정이에서 천주교인들이 처형을 당해 그리 부르게 된 것이다.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서 순교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없다.
다만 역사적 사실로 기억할 뿐이다.
순교 이후 숲정이란 말엔 종교적 색채가 너무나 강하게 묻어나 있다.
나는 종교적 색채를 걷어내고 숲정이란 말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전라 관찰사 서유구가 조성한 아름다운 숲.
그 숲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한 목민관의 마음이 느껴진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평생에 걸쳐 써내려간
임원경제지는 동시대 세계 그 어떤 백과사전보다 분류체계가 잘돼있다고 한다.
그는 규합총서의 저자 빙허각 이씨의 시동생이기도 하다.
전주에 사는 뜻있는 이들이 서유구 업적을 기려며 풍석문화재단을 세웠다.
풍석은 서유구의 호다.
마을 주위의 아름다운 숲.
올들어 최고로 덥다는 오늘은 숲정이에 들어 더위를 피하고 싶다.
2022.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