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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by 만선생~ 2023. 11. 16.

 

수채화

 

사람들은 만화를 그리면 당연 미술도 잘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동료 작가들 대부분 학창시절 미술을 잘했다.
미대에 들어가지 않았을지라도 백일장 대회에 나가 상을 받곤 했다.
돌아보면 미술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미술 시간이 그닥 즐겁지 않았다.
백일장 대회에 나가면 대충그려서 냈다.
당연 상받을 일이 없다.
입시 미술도 하지 않았다.
만화와 미술은 별개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미술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만화는 선이 중요하다.
선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배경을 그린다.
미술 역시 선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만화만큼은 아니었다.
면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만화에서 그림은 이야기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인 반면 미술은
그림 자체가 목적이다.
나를 매혹시켰던 것은 전시장에 걸린 한 장의 그림보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그리는 그림, 즉 만화였다.
그렇다고 미술을 적대시 한 것은 아니었다.
분야가 다를 뿐이었다.
어느날부터 회화 즉 미술에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으로 쭉 빼는 만화의 선도 좋지만 여러번 겹쳐서 긋는 선도 좋았다.
선도 선이지만 색은 만화가 표현할 수 없는 또다른 영역이었다.
만화에 회화성을 접목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많이 본 것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었다.
고흐, 고갱, 마네, 밀레, 드가의 그림을 유심히 보았다.
이십대 후반 이렇한 인식의 변화 속에서 수채화를 잘그리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창시절 미술시간을 소홀히 보낸 것을 후회하였다.
남들처럼 입시 미술을 했으면 만화를 하는데도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했다.
뭐든 생각만으로 되는 건 없다.
실천이 중요하다.
수채화도 그렇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사진 묘사였다.
대개는 영화스틸사진이다.
닐조던 감독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아주 재밌게 본 영화다.
몇 번을 되풀이봤고 스틸사진도 맘에 들었다.
스코틀랜드지에 수채 물감을 써서 주인공인 브래드 피트와 여자 배우를 그리는데
이 건 미처 맛보지 못한 신세계였다.
이런 맛으로 수채화를 하는 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사진묘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나의 본령은 만화였던 것이다.
하지만 만화는 밥벌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건설현장 일당잡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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