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제기역 앞길을 걸었다.
그 유명한 약령시장 앞이다.
어린시절 제기동에 살았건만 방향이 헷갈려 장사하는 분에게 물었다.
"제기역이 이쪽 맞나요?"
"네"
거리는 경천동지할만큼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꿈에도 몰랐다.
어릴 때 제기역에서 미도파 백화점에 이르는 길은 한산했다.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다.
약령시장과 경동시장의 외곽이었다.
미도파 백화점도 수지가 맞지 않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가게는 제기역 안까지 이어져 있었고 역사엔 사람이 많았다.
예전과 비할바 아니었다.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0년 우리집은 제기동 골목길 단칸방에 한달을 살고 가까운 산동네로 이사를 갔다.
친구집에 놀러가려 몇개월만에 그 골목기로 와보니 한산하던 골목길은 시장이
돼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당시 서울은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거기다 3저로 인해 단군이래 최대 호황이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지만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뻣뻣하기 이를데 없는 칫솔만 들고 나가도 팔렸다.
그런데 어제 제기역 앞길은 뭔가 싶었다.
나의 모교인 홍파초등학교 쪽은 슬럼화되어 텅텅 비어있는데...
나는 제기역 앞길의 활기가 좋았다.
낡은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 상태가 유지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오래 못갈 수도 있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면 거리가 다시 한산해지는 건 불을보듯 뻔하다.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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