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내친김에다.
내친김에 한 페이지 그려도 될 원고를 두 페이지 그리고 스무 페이지 그려도 될
원고를 마흔 페이지까지 그린다.
내친 김에 1박2일을 예정하고 떠난 여행이 3박 4일이 되고
의상봉까지 오르려던 북한산도 내친 김에 문수봉까지 오른다.
내친 김에란 말을 가만히 분석해보니 관성이다.
한번 가동된 에너지가 계속 가동하려는 성질 말이다.
탄력을 받는다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탄력을 받으면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오늘은 정말이지 간단한 산책이나 하고자 집을 나섰다.
그런데 걷다보니 사패산 입구다.
내친김에 산 중턱에 있는 호암사까지 올랐다.
호암사까지 올랐는데 아직도 해가 완전히 떨어진 게 아니다.
그리하여 사패산 1보루(386m)까지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이 시간 이 곳을 찾는 이는 없다.
혼자 적막한 산을 마주한다.
거대한 자연과 대면할 때마다 영혼이 고양되는 것을 느낀다.
이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을 위해 나는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시간을 감수한다.
기어이 정상을 밟아야하는 이유다.
마침 주머니 속에 복분자가 있어 더 좋았다.
어제 만화수업 나가는 길에 차안에서 마시려다 깜박 잊은 건강음료다.
달작지근 하니 아주 맛있다.
2017.12.9
거북이북스 강인선 대표님으로부터 수능 끝낸 재수생같이 어려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여태까지 들은 칭찬 가운데 가장 기분이 좋다.
아마도 전생에 내가 대표님에게 크나큰 공덕을
쌓지 않았나싶다.
그렇지않고서야 어찌 이리 기분좋은 말을 듣겠는가!
대표님 고맙습니다.
내내 사업 번창하시고 건강하소서!
말 한마디로 천냥빚 갚는단 말을 오늘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