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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꼭두

by 만선생~ 2023. 11. 19.
얼마 전 황학동에서 산 꼭두입니다.
조형미도 조형미지만 무엇보다 색감이 참 따뜻하고 좋아요.
죽은이를 위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골동품점 주인 말로는 제작연대가 조선시대까지 올라가진 않는다 해요.
시중에 나와있는 골동품 대부분이 왜정 때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건 가격이 훨씬 올라간다 해요.
 
제 생각이지만 설령 왜정 때 만들어졌다 해도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순 없어요.
시간적으로 100년 혹 100년이 더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나라를 빼앗겼지만 장례문화는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어릴 때 상여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죽음이란 것을 처음 느꼈었지요.
무서운 생각에 상여행렬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습니다.
지천명의 나이가 된 지금도 죽음은 두렵습니다.
조상님들도 마찬가지였을 테지요.
 
하지만 죽음은 늘 가까이 있었고 죽은이가 최대한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저승길에
오르길 바랬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죽은 이를 실어나르는 상여는 화려하기 그지 없어요.
형형색색의 꽃들을 매달고 꼭두들을 꼽지요.
상서로운 봉황모양의 꼭두와 해태를 탄 꼭두가 죽은이를 안내하고
악공은 죽은이를 둘러싸며 악기를 연주합니다.
삶이 아무리 비루했을지라도 저승길만큼은 왕후장상이 된것마냥 즐겁습니다.
 
누가 물어요.
귀신 붙은 물건인데 무섭지 않냐고.
무섭지 않습니다.
되려 사랑스러운 걸요.
귀신이 무서운 건 한이 서려서인데 꼭두에 한이 서려있나요?
훗날 제가 눈을 감으면 동행해줄 친구라 생각하니 더 소중하게 여겨질 뿐입니다.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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