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새만화책 대표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블로그 이글루스.
처음엔 작품 홍보를 위해 둥지를 틀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개인 일기장이 되고 말았다.
블로그를 통해 작품 의뢰를 받은 적이 없고 기대했던 이성 친구 또한 만난적 없으니 실패였다.
누구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광고도 유치, 꽤 수입이
꽤 짭잘하다는데 내 블로그엔 파리만 날리었다.
그런 와중에도 블로그를 통해 몇몇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니
블로그 운영이 아주 헛되지만은 않다.
내게 이글루스에서 최고의 사건은 2006년 이글루스 피플 선정이었다.
이글루스 측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활동하는
블로거를 꼽아 메인 화면에 소개하였던 것이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는데 질의서와 보내오며
사진도 함께 보내달라 하였다.
난생 처음하는 인터뷰.
나는 동생 회사로 달려갔다.
동생 회사엔 스튜디오 시설을 갖추고 있어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었다.
마치 유명작가가 된 듯 수십장을 찍었고 그 가운데 가장 잘나온 것을 골라 보냈다.
주간만화에 몇편의 단편을 실은 이후 나의 콘텐츠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은 최초의 일이었다.
인터뷰 내용이 올라오고 얼마 뒤 이글루스 측에서 기념으로 머그컵을 보내주었다.
이글루스 마크가 새겨진.
나는 머그컵을 소중히 여기었다.
이희재 선생님 내외같은 귀한 손님이 오면 이글루스 머그컵에 차를 내 놓았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아무 것도 아닌 내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그 느낌을 이글루스 머그컵은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버스에 이글루스 광고를 보고 놀란 적 있다.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는구나 싶었다.
블로그가 미디어의 중심에 서있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놀라우리만치 빨랐고 블로그의 시대도 저물었다.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미디어의 중심에 못하고 한 참을 비껴나있다.
이글루스의 운명도 이와 같았다.
지난 3월 이글루스로부터 블로그 사업을 접는다는 통보가 있었고 백업을
약속했지만 어떤 형태인지 몰라 개인적으로 따로 하고 있다.
20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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