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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여주 여강

by 만선생~ 2023. 12. 21.

 

 
 
 
2009년 김경호 작가와 함께 찾았던 여주 신륵사.
그 때는 4대강 공사를 하기 전이어서 강 건너편으로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래 위를 거닐었고 재두루미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강위를 날았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강천보와 여주보가 물을 가두면서 모래톱들은 모두 사라졌고
한강 최대 습지였던 바위늪구비도 아주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조선시대엔 ‘팔대장림’이라고 해서 끝도 없이 넓은 숲이 이곳 여주
여강에 조성돼 있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장림에 몸을 숨기고 왜군을 공격,
전공을 거두기도 했단다.
여주는 내게 나름 인연 깊은 곳이다.
사귀던 사람의 어머니가 근처 요양원에 있어 올 기회가 많았고.
그래서 신륵사는 물론 황학산, 봉미산, 청미천, 영월루, 바위늪구비,
강섬, 고달사지 등을 두루두루 돌아볼 수 있었다. .
한겨레신문에 한 컷짜리 그림을 연재할 때는 4대강 사업과 맞물려
신륵사 맞은편에 있는 마암을 그리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가네소사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인 ‘내 마음의
만홧가게’에서 등장하는 아줌마 고향이 바로 여기 여주다.
만화 그리는 동갑내기 친구는 내 작품에 대한 평이 아주 박한데 이 에피소드를
읽고선 마음이 찡했다고 한다.
내겐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역사와 지리를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곳을 가면 그 곳의 지형을 살피고 문헌을 찾아 읽는 게
습관이 됐다.
여주 곳곳을 다니면서 택리지와 신증동국여승람을 읽었다.
지금은 읽은 지 꽤 돼서 많이 잊어버렸지만 여주는 항상 아련함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더하여 아주 슬픈 곳이기도 하다.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토건세력의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정권이 바뀌어서 보를 허물었으면 좋겠다.
곳곳에 여울이 져 흐르고 모래톱 위로 새들이 쉬어가는 강!
신륵사 강월헌에 올라 그런 강을 보고 싶다.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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