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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른 무렵

by 만선생~ 2023. 10. 23.
 
서른 무렵의 저입니다.
믿어지지 않게도 살찐형 인간보다는 마른형 인간에 가까웠네요.
그런데 표정이 어둡습니다.
오죽할까요?
주머니엔 돈이 하나도 없고 오늘 하루 뭘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죽일 따름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기차에 뛰어들거나 벼랑에 떨어질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궁핍함과 인간적 비루함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냈습니다.
점점 필요없는 살을 붙여가며 말입니다.
더하여 주름살도 늘었지요.
목소리도 탄력을 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때만큼은 아니어도 주머니는 여전히 넉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달리 오늘 하루 뭘해야할지 몰라 서성거리진 않아요.
오늘 하루 해야할 일이 있고 조금이나마 결과물이 쌓여갑니다.
비록 몸은 그 때와 달리 많이 노화됐지만 우울함은 훨씬 덜합니다.
아니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깁니다.
어쨌든 어린 시절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부와 명예를 바라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하루 세끼 밥먹을 수 있고
과분하게도 작가란 소리까지 들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습니다.
서른 무렵의 저에게 말합니다.
"나 아직 살아있어.
네가 궁금해하던 너의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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