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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개똥벌레

by 만선생~ 2024. 7. 10.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가운데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이 개똥벌레란 중편소설이다.
하도 좋아서 여러번 읽었다.
작가자신도 이 소설이 맘에 들었는지
볼륨을 키워 다시 썼다.
한 때 한국 청년들이 열광하며 읽었던 상실의 시대다.
하지만 나에겐 이 소설이 김빠진 맥주처럼 느껴졌다.
신형원은 지적인 느낌을 주는 가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불씨야' '유리벽' '터 '같은 노래의 노랫말은 문학적 향취가 난다.
한돌이 작사 작곡하고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는 세상에서 가장 작고 낮은 자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묻어나 있다.
그래서 나의 처지가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질 땐 이 노래를 읊조리곤 했다.
'나는 개똥벌레~어쩔 수 없네~'
'나는 죽었다'라고 시작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는 전후 일본의 상황을 잘 묘사했다.
하지만 가해자가 반성없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나 또한 식민지배의 아픈 역사를 경험한 한국인으로서 그들의 슬픔에 온전히 동화되긴
힘들었다.
어쨌든 반딧불이의 영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반딧불이를 개똥벌레라고도 한다.
2000년 쯤 초등학교 친구 기홍이 아버님 장례식을 마치고 남한산성에 사는 어느
친구 집으로 놀러갔다.
그 친구는 산성 중턱에서 매점을 하였는데 매점 바로 아래 계곡물이 흘렀다.
계곡에서 낮에는 개구리와 가재를 잡고 밤에는
술을 마셨다.
계곡물 바로 위 나무 밑둥엔 믿기지 않게도 수없이 많은 불빛이 떠다녔다.
반딧불이였다.
두 살 아래 동생은 기억력이 좋아 나에겐 전혀 없는 기억을 끄집어내곤한다.
재작년 아버지 제삿날 동생이 이러저런 말끝에 어릴 때 이야기를 하였다.
어느 여름날 해가 어둑해서 어머니는 우리들 손을 이끌고 와룡역에서 백산면 쪽으로
걸었다고 한다.
그 때 논바닥 위로 수없이 많은 반딧불이가 불빛을 반짝이며 날아다녔다는 것이다.
기억에 없지만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어제 북한산 백운대에서 북한산성입구 쪽으로 걸어오는 길이었다.
해가 진지 오래되어 깜깜했고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서문을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수풀 아래로 불빛이 반짝였다.
전기 불빛이 아닌가 싶어 거까이 다가가 핸드폰 불빛을 비춰보았지만 전기는 없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계속 불빛이 반짝인다.
어떤 불빛은 이동을 하였다.
반딧불이였다.
비가온 뒤라 더 많은 것 같았다.
내 생애 두번 째로 보는 반딧불이다.
깨끗한 환경이 아니고선 살지를 않아 여간해선 볼 수가 없다.
 
20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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