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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리움

by 만선생~ 2024. 7. 10.
 
그리움
2013년 그녀와 함께 그녀가 나고 자란 안동으로 가는 길이었다.
차로 굽이굽이 밤길을 달리는데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귀에 착착 감기는게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국어시간에 배운 애상적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이다.
그러고보면 예술이란 참 희한하다.
슬픈 일을 겪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슬픔을 표현한 노래들은 좋으니 이 것은 대체 무엇인가?
노래가 끝난뒤 물으니 홍난파의 '그리움'이라 했다.
일제에 부역했던 그 작곡가?
일찍이 난 홍난파의 노래들을 좋아했다.
두부 자르듯 항일과 친일을 구분하고 싶진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로 홍난파의 '그리움'을 치자 성악가들이 부른 노래가 나왔다.
아쉽게도 차안에서 그녀가 불렀던 순간의 감동이 살아나진 않았다.
노래를 업으로 삼고 살아온 이들인데도 그렇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다시 <그리움>을 들었다.
마찬가지다.
밤길을 달리며 들었던 그 때 의 감동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녀가 특별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반주도 없었다.
다만 깊고 깊은 어둠이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움>이란 노래로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던 그녀.
그녀와는 헤어진지 꽤 됐다.
다만 그녀가 보험 일을 하고 있어 보험 관련해 통화를 일년에 한 두번 한다.
삶의 풍파를 많이 겪은 사람인데 아이러니하게 손이 참 고왔다.
섬섬옥수란 말이 딱 맞다.
삼국사기 온달전에서 온달 어머니가 평강공주 손을 만지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손이 마치 풀솜과 같으니 귀인이 분명합니다."
그녀가 귀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은지 2백년이 넘는 고택에서 나고 자란 것은 분명하다.
세칸이나 되는 정자에서 아버지에게 서예도 배우고 학교 숙제도 했었다니 내겐 이런
판타지가 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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