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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만경강

by 만선생~ 2023. 11. 1.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무렵 찾은 만경강.
강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고 있었다.
강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생각컨대 강 전체가 위로 흐르진 않을 것이다.
달의 인력에 이끌려 물 아래는 하류를 향해 흐르고 물 위는 위로 거슬러 올라가리다.
신곡보가 생기기 전 한강은 압구정까지 물이
거슬러 올라왔다고 한다.
압구정이란 이름에서 보이듯 바다새인 갈매기가 날아 다녔다.
언젠가 해질녁 한강 지류인 공릉천에 가봤더니 물살이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한잣말로는 역류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자 물고기들이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만경강은 아직 조용하다.
아직 때가 이른 것인가?
내가 찾은 만경강 구간은 제방을 쌓지 않았다.
덕분에 강뻘에 미끄러져 옷에 뻘을 묻히고야 말았다.
핸드폰도 흙으로 범벅이 되었다.
강이 직강화되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이 때 기분좋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뻘이 있어야 진짜 강이다.
그리고 강 건너엔 모래밭이 강을 따라 길게 펼쳐저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다.
뻘과 모래가 살아있는 강!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으로 평가받는 작가 김훈은 에세이집을 낼 때마다 책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만경강에 바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만경강과 함께해서 행복했다.
내가 서있는 지점을 확인해보니 김제시 백구면이었다.
시간이 주어지면 만경강을 더 탐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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