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송담학 연구실
며칠 전 옛전남도청과 가까운 임재택 선생님 연구실에 들렀는데 기억에 남는다.
정확한 이름은 '송담학연구실'이다.
한국의 마지막 선비라 일컬어지는 송담 이백순 선생의 학문을 연구하는 공간이었다.
연구실은 심플하면서 단촐했다.
넓지 않은 공간에 연구서적들이 쌓여있고 무엇보다 '송담이선생강학비'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올 9월 세우게 될 비석글씨란다.
글씨가 참 아름답다.
그리고 비문 마지막 문구가 인상깊었다.
대한민국 106년이다.
서력기원도 아니고 공자기원도 아닌 3.1운동이 있던 1919년을 대한민국 1년으로
삼은 것이다.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해로 삼자는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비문이 보여주는 것 같다.
병풍은 송담선생 글씨로 소학에 있는 글을 뽑아 쓰신 것이라 한다.
연구 공간이 좁아 다 펼 수는 없었다.
연구실은 시내에 있으면서도 쥐죽은 듯 조용했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이 고요함이 정말 좋았다.
연구실 한 편엔 잠잘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다.
머리맡에 있는 병풍글씨가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임재택 선생님께 이 곳에서 주무시기도 하냐 물으니 그렇지 않단다.
다음 광주에 오게되면 이곳에서 재워달라 부탁을 드려야겠다.
송담선생은 임재택 선생님 스승이다.
송담 선생 문하에서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스승의 딸과 평생의 인연을 맺었다.
스승과 제자이면서 장인과 사위이기도 한 내가 꿈꾸는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것이다.
거기다 최고의 신부감이라 여기는 교사라니.
임재택 선생님은 정녕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보다.
임재택 선생님은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과묵하셨다.
꼭 필요한 말씀만 하셨다.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의 로맨스를 신나게 떠들텐데 그러지를 않으셨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만 알려주실 뿐이었다.
202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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