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거 어디나 다 똑같어."
이십대 후반.
알바로 영어교재 만드는 회사에 가 삽화를
그리고 있는데 사장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직접 한 말도 아니고 손님으로 온 누군가와 어떤 얘기 끝에 나온 말이었다.
나라밖으로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나로선
이해못할 말이었다.
들으니 사장은 영국으로 유학을 가 그 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고 한다.
부인은 어느 대학 영문학과 교수였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온 사람들은 종종 위와같은 말을 하곤 한다.
사람사는 건 어디나 다 똑같다고.
하지만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보지 못한 나로선 이해가 안된다..
나도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아보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와마찬가지로 대학을 나온 이들에게 대학 생활 별거 없다는 얘길 종종 들었다.
자신이 힘들게 들어간 대학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되물었다.
여학생들과 미팅도 하고 엠티도 가는게 어떻게 별 거 아니냐?
고졸인 나는 버스를 타도 일반인 요금을 내는데 너희는
같은 나이임에도 대학생 할인 요금을 내지 않느냐?
대학을 들어갔기에 데모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는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여서 결혼 생활 별거 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떤 이에게 내가 물었다.
부부 관계를 얼마에 한번씩 갖느냐고.
그이는 답하였다.
"가족끼리는 하는게 아닙니다."
"...."
들으니 십여년간 섹스 리스 부부로 살아가고 있단다.
삶이란 그렇다.
직접 몸으로 겪어보지 않고선 알 수가 없다.
외국 생활을 해봤기에 대학에 들어갔기에 결혼을
해봤기에 별 거 아니란 듯 말할 수 있는 거다.
아니 어쩌면 저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 저들은
분투를 해왔는지 모른다.
나아가 당연한듯 누리고 사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오늘 내가 쇼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있는 이 행위도.
202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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