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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일본에 돈벌러 가는 사람들

by 만선생~ 2024. 7. 16.
 
 
 
8~90년 대엔 일본에 돈벌러 가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 매형은 몇년간 일본에서 돌 일을 해 몫돈을 벌었고 작은형도 몇개월간
매형과 함께 일했다.
많게는 한국에서 받는 임금의 세배 적게는 두배 정도 벌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다들 기회만 닿으면 일본에 가고자 했다.
워낙 두나라간 경제력 차이가 큰 탓이다.
일본에선 하층 노동자의 임금이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제법 돈이 되었던 것이다.
동남아 처녀가 한국 농촌 총각에 시집오듯 당시엔 일본 농촌 총각에 시집가는 한국
여자가 적지 않았다.
우리의 누나와 언니들이 더나은 삶을 위해 일본행을 택했다.
덕분에 한국의 가족들은 일본에서 송금해오는 돈으로 학비도 마련하고
단칸방에서 두 개짜리 방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실로 애국자였다.
수치를 알 수 없지만 이들이 벌어들인 엔화는 한국경제가 돌아가는데 윤활유
역할을 했을 거 같다.
6~70년대 박정희 정권이 기생관광을 부추겼던 것도 이때문 아니었던가!
다른 한편으론 이들은 일본 문화를 수입하는 첨병 노릇을 했다.
이들은 일본서 돌아올 때마다 전자제품과 더불어 책과 음반을 사왔다.
작은형이 사온 일본 여가수의 카세트 테이프를 한동안 듣곤 했으니 말이다.
또 친구의 친구가 사온 야한 잡지를 보기도 했다.
잡지 속에 있는 누드사진은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국 만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일본 만화와 음반 그리고 잡지.
나는 자연스레 일본 문화를 동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본에 돈벌러 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양국간의 소득 수준이 점차 좁혀지면서 일본에 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 해동안 일본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몇백만명이란 기사가 연일 실렸다.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내리막길을을 걷는 일본 경제.
그에 비해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경제.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을 거 같은 일본 경제를 한국경제가 추격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1인당 GDP가 근접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소득수준은 일본을 앞질렀다는 분석도 있다.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거 같은 일본을 이처럼 빠른 시간에 따라 잡다니.
물론 규모의 경제에선 인구가 세 배 가까이 되는 일본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하지만 문화 스포츠 기술 등 각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거나 근접한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1인당 GDP도 일본을 앞지를 것이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굥정권의 탄생이다.
무지하고 탐욕스런 이 정권이 국가 경제를 얼마나 후퇴시킬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다시 일본에 돈벌러 가야될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정권이 무너지길 바란다.
굥정권으론 답이 없다는 걸 두 달 사이 너무나 잘 보여줬다.
 
202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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