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깡패같은 애인”
한 팟캐스트 진행자가 잠깐 언급한 적이 있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3분 4분 5분...
시간이 지나며 점점 빠져들었다.
런닝타임의 반을 지나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내심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 갈거란 생각을 했다.
어... 그런데 이거 계속 재밌잖아.
영화가 결말을 향해 갈수록 마음이 초조해졌다.
수많은 조폭영화의 주인공이 그랬듯이 결국 비참하게 죽고 마는구나.
우울했다.
차라리 보지 말 걸.
그러나 감독은 나 같은 관객을 위해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차를 타고 세차장 로울러?에 들어선 정유미.
떨어지는 물줄기 속에 눈을 감는다.
물줄기가 그치자 세차장 직원이 물걸레로 차유리를 닦는다.
형사출신의 조폭을 죽이러 갔다가 되려 칼을 맞았던 박중훈이다.
검은 세계와 결별하고 새사람이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차속에 있는 여자가 어쩐지 낯이 익다.
눈을 감고 있던 정유미 눈을 뜨고 세차장 직원을 바라본다.
너무나 그리워했던 사람이 바로 자기 눈앞에 서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 편집되면서 화면은 검게 변한다.
런닝 타임의 끝이다.
음악과 함께 검은 바탕위로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 올라온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본 적 있었나 싶다.
2016.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