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김동인이다.
그가 쓴 소설은 다 읽었다.
혹 누락된 소설이 있을지 몰라도 시중에 나와있는 소설은 다 읽었다.
이쯤되면 김동인 연구가라 해도 맞지않나 싶다.
세상 어디에도 쓰일 일이 없는 연구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으며 난 평양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려보곤한다.
대동강과 함께 연광정 부벽루 능라도 을밀대 기자묘 칠성문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아스라하다.
북한과 대화가 재개되고 교류가 이루어지면 나는 누구보다 먼저
평양에 갈 것이다.
소설 속 장소를 찾아 샅샅이 돌아볼테다.
그리고 그 장소를 하나의 화면에 담아 구성해볼테다.
둥근 안경테에 중절모를 쓴 김동인은 당연히 화면의 중심인 부벽루
난간에 기대어 있다.
나의 역량을 총 동원해 화폭에 담아보고 싶다.
김동인에 대한 나의 헌사다.
오늘 그의 나이 서른넷에 쓴 붉은산을 다시 읽었다.
가슴이 먹먹하다.
상종하기조차 싫은 인간 쓰레기에게도 조국은 있었구나.
소설을 읽으면서 기시감이 들었다.
마치 내가 쓴 소설같았다.
정가네소사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붉은산을 닮아있단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무의식 속에 붉은산의 플롯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만 읽은게 아니다.
그가 쓴 에세이와 평론도 보았고 일본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글들도 보았다.
그가 친일문학인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눈을 감고 싶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고 적의 품에 안겨
혼을 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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