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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우물에 빠질까 걱정

by 만선생~ 2024. 9. 11.

우물을 메웠다.

 

 
어머니랑 통화를 하면 항상묻는게 형제들 안부다.
주연이 장사 잘된대?
태연형은?
누구나 그렇지만 나 역시 형제들이 잘되길 바란다.
사는게 변변잖아 도움 하나 안되지만 마음속으론 늘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우리집은 오형제인데 나로 봤을 때 세째인 태연형과는 네살 막내인 주연이와는
두살 터울이다.
나이 차이 때문인지 태연형과는 소원했고 주연이와는 항상 붙어다녔다.
지금도 태연형보다는 주연이와 말을 섞는게
편하다.
어머니는 아들인 내게 당부할게 참 많다.
밥 잘 챙겨먹어라.
운동해라.
옷은 깨끗이 입고 다녀라.
그럴 때마다 난 형식적인 대답을 한다.
" 네 알았어요. 그럴게요"
이런 대화가 오고간 끝에 엄니가 말씀하셨다.
태연형이 동생들 챙기는 마음이 끔찍한지 아냐고.
어릴 때 태연형이 동생들 우물에 빠지지나 않을까 늘 걱정했더란 것이다.
"그랬어요?"
"그럼"
우리집 마당엔 우물이 있어 늘 물을 긷곤했다.
나역시 열살무렵부터는 물을 길었는데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릴 때마다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우물속을 바라보면 금세 풍덩하며 빠져들 것만 같았다.
우물에 빠져죽은 귀신들 얘기가 공포감을 부채질했다.
다행히 나와 동생은 우물에 빠진적 한번 없고 지금은 우물을 긷는 대신
수도꼭지를 튼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상상력이 가동되던 우물과 편리하지만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수도.
새삼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리던 우리집 우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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