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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역사

규문수지여행지도閨門須知女行之圖

by 만선생~ 2024. 9. 26.

 
 
 
 
규문수지여행지도閨門須知女行之圖

 

지난 목요일 장애인발달지원센터 웹툰교실 수업이 끝난 뒤 서울 역사 박물관을
다녀왔다.
실로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처음 와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은 지역을 뜻하는 고유 명사지만 수도를 뜻하는 일반 명사이기도 하다.
'서울의 소리'라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방송이 있는데 방송 내용이 서울에
한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의 정치 시사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역사 박물관은 어떤가?
서울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조선 시대 한양과 일제 강점기 경성 그리고 해방 이후 서울의 모습이 각종 유물과
더불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상설 전시와 기획전시로 나뉘는데 기획 전시는 '한양여성, 문밖을
나서다' 였다.
유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대로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규문수지여행지도閨門須知
女行之圖'를 들 것이다.
드라마 장희빈의 영원한 맞수 인현왕후가 폐비가 되어 쫓겨난 뒤 사가에 있으면서
만든 놀이판이다.
종정도 놀이를 비롯해 남성용 놀이판은 많았으나 여성용은 처음이라 한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개인의 다툼이 아닌 정치 세력간의 싸움이다.
이들은 서인과 남인의 얼굴마담일 뿐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조정대신들이었다.
먼 과거의 일로 지금의 나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꼭 누구
한 사람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희빈 장씨 옥정이다.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서인보다는 실학을 태동케 한 남인을 지지해서다.
'규문수지여행지도' 는 성리학적 유교 이데오르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현왕후의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진다.
여성들은 이 놀이를 하며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데오르기 내면화 했으리라.
그런 면에서 답답한 놀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놀이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인물들로 미루어 인현 왕후가 고금의 역사를
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명문대 출신의 아주 반듯한 여성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소 재미가 없는...
그에 반해 장옥정은 바다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처럼 통통튄다.
날 것 그대로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 예외적으로 얼굴이 예뻣다고 기록하고 있다.
내가 숙종이라도 인현왕후보다 장희빈을 더 사랑할 것 같다.
각설하고 전시장을 둘러본 뒤 상설전시 도록과 기획 전시 도록 두 권을 샀다.
전시장에 오면 전시를 관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도록을 사곤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랄까?
밖에만 나갔다하면 주머니 속에서 돈이 술술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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