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역사
역사는 영웅이나 승자들이 만들어 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특출난 소수의 인재들이 나머지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
정용연 작가님의 '정가네 소사'를 읽으며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자신의 친가와 외가 친척과 가족들이 살아온 삶을 추적한다.
작가의 가족은 전남 장성 출신이고,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항상 먹고 사는
걱정을 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군대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한 경험으로 병원에 가기 힘든 마을 사람들의 병을 봐주지만
무면허인 것이 문제가 되어 더 이상 진료를 못 하게 된다.
어머니는 고향에서 보부상으로, 서울에서는 노점상으로 일한다.
큰 형은 군 장교가 되고 싶었지만, 당숙아저씨가 빨치산이었다는 이유로 사관학교 입학이 좌절된다.
병사로 제대한 후 형은 대학에 입학하여 군사독재정부와 맞서는 시위대의 일원이 된다.
왜정시대, 사람들은 창씨개명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했지만, 마을에서 가장
평범한 이들도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군사정부는 끊임없이 전쟁의 위협을 강조하며 신민들을 통치하려 했으나, 전쟁을 직접 격은 이들은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었지만, 권력 있고
배운 이들의 거짓말이나 위협에 순순히 따르지는 않았다.
평범한 이들이 다수여서 옳은 것이 아니다. 다른 이의 삶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도 않고, 지나치게 업수
여기지도 않으며, 묵묵히 자기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옳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삶이 모여서 역사가 되었다.
2012.9.16
박해성 작가님이 써주신 정가네소사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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