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작업/정가네소사

때론 재주가 없는 게 좋기도 하다

by 만선생~ 2024. 10. 2.

 

때론 재주가 없는게 좋기도 하다.
내가 시장이 요구하는 그림을 그려낼 능력이 있었더라면 이런 저런 기획물들을 맡아 그렸을 것 같다.
이름을 얻진 못해도 그럭 저럭 밥은 먹고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또 밥을 먹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삽화 일이 들어왔으면 <<정가네소사>>에 목을 매고 그리지
않았을 테다.
몇 회 그리다 말았을 것이다.
정말이지 신기한게 내겐 당시 한참 붐이던 학습만화 일을 의뢰하거나 소개시켜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생활이 너무 힘들어 일이 하나 들어왔으면 싶기도 한데 그랬다.
대신 <<정가네소사>> 막판 작업을 할 때 기획물 작품 의뢰가 들어왔다.
한중록을 그려달란 것이었다.
나는 정중히 일을 할 수 없음을 말씀 드렸다.
<<정가네소사>>를 마무리 짓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사히 책을 낼 수 있게 되었고 작가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다할 성공을 거둔 건 아니지만 덕분에 내 인생에 남을 필모그래피 하나를 올릴 수 있었다.
때론 나도 남들처럼 세상이 요구하는 그림을 쏙쏙 잘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도 재주가 없으니 어려운 가운데서도 흔들림없이 나의 길을 가는구나 싶기도 하다.

'만화 작업 > 정가네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가네소사 를 읽은 어느 독자 분께서 쓰신  (0) 2024.10.06
박해성 <<정가네소사>>리뷰  (1) 2024.10.06
작은 아버지  (1) 2024.09.26
할아버지 묘 상석  (0) 2024.09.26
<<정가네소사>> 첫 원고.  (1)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