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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작은 아버지

by 만선생~ 2024. 9. 26.
 
 
 
작은 아버지
장성 할아버지 산소가는 길에 작은아버지 찾아뵈었다.
1938년생으로 한국나이로 87세시다.
이태전 뵈었을 때보다 허리가 많이 굽으셨고 힘도 많이 떨어지셨다.
작년 작은 어머니를 보내시고 더 쇠하신 것 같다.
나에겐 세상사사람들이 알아주지않는 한가지 능력이 있는데 남이 살아온 이야기를
잘듣는다는 거다.
특히 나보다 이전 시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하기에 정가네소사 1,2,3권을 낼 수 있었다.
작은 아버지가 살아온 내력을 얼핏 들었지만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
담양서 꽈배기 사업을 했고 여직원 친구와 결혼을 했다는 것 정도다.
조금 더하면 장성군 북하면에 땅을 샀는데 장성댐 건설로 보상을 받았고 이 돈으로
땅을 더 사서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는 것이다.
오늘은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보다 조금 더 나아았다.
정읍에서 국민학교 4학년 때 6.25가 터져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고 이후엔 서당을
다녔다고 한다.
고향인 장성을 떠나 담양에 간 것은 담양에 돈이 많아서다.
지금과 달리 당시 담양은 죽세품으로 돈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썩은 갈치도 동이난다'이다.
작은아버지는 읍내에서 꽈배기 사업을 하였는데 공장에서 일하는 여직원이
다섯이었고 배달원이 셋이었단다.
운송 수단은 자전거였다.
사촌 형제도 배달을 하였고 장부를 속여 소위 삥땅을 많이 쳤단다.
공장에 설비가 있었냐 물으니 면을 뽑아내는 로울러가 있었단다.
하지만 어떻게 생긴물건인지 상상이 잘 안갔다.
상호가 있었냐고 물었다.
없었단다.
참 아쉬웠다.
자기가 살던 마을 이름이나 자신의 가치를 담은 말을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배움이 짧아 자신의 제품을 브랜드화 하는 것까지 생각을 못했다.
더구나 일정 정도 수익이 나자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땅을 샀다.
사업을 확장해 큰 수익을 낸 뒤 땅을 샀으면 좋았겠단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작은 아버지는 중매 결혼이 대부분인 당시 연애 결혼을 했다.
자기 여직원 친구가 공장에 놀러왔는데 눈이 맞았나보다.
그래서 여차여차 담양의 명소인 관방천(관방제림) 에서 데이트를 했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해 손을 잡았는데 손을 뿌리치더란다.
작은아버지는 당황도 하고 화가 나서 너 아니면 결혼할 사람이 없냐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단다.
작은 아버지는 인물도 괜찮고 돈도 제법 벌어 딸을 주겠단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너 아니면 내가 결혼을 못하랴 그랬단다.
그뒤로 그 아가씨를 까마득히 잊었다.
그 뒤 작은 아버지는 꽈배기공장을 팔아 땅을 샀는데 그 땅이 아카시아 천지였단다.
그래서 순창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내외를 불러 일손을 거들어 달라 했더니
할머니(의붓)는 힘들다고 돌아가버리고 할아버지까지 돌아가니 막막하더란 
것이다.
새벽 세 시까지 일을 해야할 정도로 힘든 시기. 
거짓말처럼 손을 뿌리쳤던 그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임실에서 장성까지 왔으니 이런 정성이 없었다.
아마도 관방천에서 손을 뿌리쳤던 당황해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 6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살았다.
자녀는 일곱인데 엇나가지 않고 잘들 컸다.
모두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잘살아가고 있다.
평생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한번 안하고 살았으니 이보다 복된 삶이 또 있을까싶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땅을 사는 대신 사업을 확장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배움이 짧고 주위에 그를 뒤받쳐줄 인적 자원이 없었다.
형인 울 아버지만해도 간이학교 2년을 다닌게 정규 교육의 전부다.
더 아쉬운 것은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전혀 안하신 거다.
이렇게라도 기록을 하지 않으면 작은 아버지의 삶은 영영 잊혀지고 만다.
작은아버지가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 했더니 동생이 그런다.
누구나 안네프랑크나 이순신이 되는 건 아니라고.
아무튼 두서없이 식구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는 백양사앞 호텔에서 작은
아버지에 대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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