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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정가네소사>> 첫 원고.

by 만선생~ 2024. 9. 26.

 
 
아래 그림은 <<정가네소사>> 첫 원고.
엿장사하던 1999년. 복사지에 수성볼펜으로 잉킹을 하고 색연필로
색을 칠했더랬다.
하지만 이 제목으로 세권의 책이 나오리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
만화를 포기한 자의 미련이고 자위일 뿐.
같은 타이틀로 우리만화연대 소식지 <월간 우리만화>에 4쪽짜리
원고가 실린 건 2005년 8월.
그 때 역시 책으로 묶여 나오리라곤 전혀 생각못하고 편집자의
대답만 기다렸다.
"좀 곤란하네요.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보편적인 내용이면 좋을 거 같은데...
다른 원고 있음 보내봐요. "
헌데 가타부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한번쯤 그냥 더 그려도 되나 싶어 작은형에게 보이스카웃 얘길
물었더니 뭐 그런 걸 그리냐고 타박을 받았다.
지난 얘기는 지긋지긋하단다.
나역시 고생한 얘기가 좋은 건 아니지만 딱히 그릴 내용이 없었다.
그래 기억을 더듬어 가며 그 얘길 그렸고 그게 또 실렸다.
그렇게 회를 더하며 이야기에 살이 붙고 몇몇 사람에게 재밌단
소리도 듣게 되고...
돌아보면 책을 내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우여곡절끝에 휴머니스트와 계약을 하고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내용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한 권 분량을 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활에 대한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빚은 자꾸 쌓여만 갔다.
2012년 7월 하순. 책이 출간됐다.
기뻐 어깨춤이 나올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과연 이 책을 사볼사람이 단 한사람이도 있을까 싶어 우울했다.
한 사람의 독자도 없는 책의 저자...
다행히 주위 몇몇 사람들이 책을 사주어 판매부수 제로를 기록하진
않았다.
책이 출간 된지 한 달하고도 이십일.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모른다.
대충 짐작할 뿐이다.
한 권이라도 더 팔리길 간절히 바라지만 세상 일이 나의 소망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어서 언제 2쇄를 찍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어쩌면 1쇄로 끝날지도 모르다.
생각같아선 사재기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 돈도 없고...
지금은 그동안 진 빚을 갚기 위해 일하고 있다.
세상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 역시 힘든 일이다.
달리 힘든 게 아니라 흥이 안나서 힘들다.
일을 맡은 게 후회도 된다.
신용 불량자가 되어 거리에 나앉더라도 버텼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제는 모든 걸 등지고 산에 들어가 살까 하는 생각도 했다.
.....
어쨌든 생활인으로서 일은 해야하고 기한은 아주 촉박하다.

201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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