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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근우형 2

by 만선생~ 2024. 10. 6.

 
 
이태만에 연락이 된사람과 두시간 반동안 통화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보니 그 사람은 나에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묻지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얘기만 했다.
이야기 말미엔 자신이 얼마나 모험을 감행하며 살았는지를 자랑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어딘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어디 어디를 지나왔다는 무용담이었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근래 내신상의 가장 큰 변화는 일요 신문에 작품을 연재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은근 자랑삼아 톡으로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사람은 답으로 한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내 톡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사진이었다.
내 소식 따윈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는 태도였다.
어쩌면 애써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로 그 사람은 한 때 만화작가로서 나와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다가 소식이 끊긴 터였다.
애증의 관계다.
소식을 끊은 건 단톡방에서 하도 문재인 정권과 조국장관을 비난해서다.
진중권을 깨어있는 지식인으로 떠받들고 있는 걸 봐주기가 힘들었다.
한 때 좌파였던 사람이 어떻게 그리 변하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 기회에 그와 관계를 아주 끊겠다는 생각으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열흘 이상 지난 것 같다.
그 사람은 오늘 느닷없이 내게 사진 한장을 보내왔다.
체중계 사진이다.
살이 빠졌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나는 그에게서 절망을 읽는다.
그가 정말 원했던 것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도 오랜 외국생활도 아니다.
만화가로 세상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그 꿈이 꺾이자 일방으로 질주하는 노인이 돼 있다.
 
20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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