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77

권숯돌 작가가 보내준 권숯돌 작가는 일본에 살며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공수해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에선 생산이 중단된 만화용 잉크와 펜촉이다. 예전엔 파일로트 제도용 잉크를 썼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지 어느날 자취를 감추었다. 펜촉도 마찬가지다. 할 수없이 수입산을 써야만 했는데 고맙게도 권숯돌 작가가 한국 오는길에 이를 전해주었다. 이후 펜촉은 옥션에서 일본산 니코 펜촉을 100개 단위로 사서 썼는데 잉크가 문제였다. 마침 권숯돌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않아 떨어지고 만 것이다. 할 수없이 옥션에 들어가 네델란드산 잉크를 주문하였다. (만년필 잉크는 사용불가다.) 한 때는 파일로트 제도용 잉크를 대신하여 서예용 먹물을 써보았다. 하지만 점성이 없어 펜촉에 먹물을 머금지 못하고 바로 흘러내려 원고를 망.. 2024. 3. 1.
베란다 바깥 풍경 어제 저녁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 자연과 인공 불빛이 어우러져 묘한 감정을 자아낸다. 벅차오르면서 슬프기도 한... 의정부로 이사와 10년째다. 큰 변화가 없는 한 계속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 같다. 소망이 하나 있다. 샷시를 바꾸는 것이다. 유리가 30년 가까이 돼가다보니 투명하지가 않다. 또 전에 살던 사람이 뭘했는지 위쪽에 금이 살짝 가있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문제는 경제력이다.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이 없다. 거기다 샷시는 라운딩이 돼있어 일반 샷시보다 값이 두배 이상이다. 층 수도 높다. 샷시를 말하다보니 그 옛날 중국 송나라가 생각난다. 이전 왕조인 후진의 황제 석경당이 거란에게 할양했던 연운 16주를 되찾는 게 송의 숙원 사업이었다. 결국 연운 16주를 되찾긴 커녕 .. 2024. 2. 28.
자리끼 조두진 작가의 소설 《능소화》를 읽다보니 `자리끼`란 말이 나온다. 처음듣는 말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밤에 자다가 깨었을 때 마시기 위해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이라고 나온다. 연관 검색으로 부부관계를 할 때 자리끼를 놔두면 좋단다. 그 외에도 자리끼를 놔두면 건강에 좋다는 말이 줄줄이 딸려나온다. 자리끼 어원도 나온다. 먹을 것이 부족한 그 옛날 잠자리에서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마셨던 물인데 자리와 끼니를 합한 말이라 한다. 돌아보면 머리맡에 물을 두고 잠든 적이 없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렇다고 끼니를 거르진 않았단 이야기다. 현대 사회에 태어난 덕이다. 아래는 고마운 댓글들 박상률 우리 어려서 늘 쓰던 말. 밤에 잘 때 머리맡엔 당연히 자리끼! 곽작가 포카리스웨트 겉 라벨을 보면 .. 2024. 2. 28.
조국 신당 조국신당 영입인사 1호. 신장식 변호사. 맘에 든다. 블라디보스톡에 거주 중인 나의 벗 윤형식 선생은 어제 통화 중 조국신당에 가입했음을 밝혔다. 한국 정당 분포도에서 민주당은 중도 보수다. 좀 더 진보적인 정당이 필요하다. 과거엔 정의당이 그 역할을 했으나 어느 순간 변질되어 국민의힘과 별 차이가 없다. 검찰개혁을 위해 눈보라를 맞던 조국을 공격하고 윤석열에 대해선 입도 뻥긋안하던 정의당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졌던게 정의당 의원들이다. 정의당은 남녀갈등을 부추키는 메갈당이 되어버렸다. 진보적 담론은 온데간데 없고 메디컬 페미니즘만 남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마땅한 정당이다. 이제 변질되기 이전 정의당이 맡았던 역할을 조국신당이 대신하리라. 이 땅을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서 조국신당의.. 2024. 2. 26.
왜군 모자 진립(陣笠). 진가사 왜군이 쓰는 삿갓모양의 모자를 진립(陣笠) 이라고 한다. 그네들 발음으론 진가사다. 왜군 복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는 진립을 그리면서 진립에 달린 하얀 천을 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 권 분량을 다 그렸는데 보면 볼수록 왜군같지 않아보이는 거다. 이유는 진립에 달린 하얀천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군들이 나온 도감을 비롯해 영화, 다큐멘터리를 봐도 하얀천은 꼭 달려 있었다. 그리하여 포토샵을 이용하여 하얀천을 그려넣기 시작하는데 이게 한도 끝도 없다. 정말이지 한 세월이다. 처음부터 하얀천을 그려넣었음 아무 문제없는 것을 아는게 없어 안해도 될을 하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하얀천을 그리고 나니 왜군이 왜군다워보인다. 왜군이 언제부터 저렇게 진립밑에 하얀 천을 매달았는지를 모르겠다. 또 무슨 효용이.. 2024. 2. 26.
이제는 뱃속에 들어가고 없는... 이제는 뱃속에 들어가고 없는... 2024. 2. 21.
형 왜 이렇게 늙었어요? 조카가 결혼을 하여 예식장에 갔더니 하객으로 온 6촌 동생이 대뜸 이런 말을 하였다. "형 왜 이렇게 늙었어요." 맞는 말이다. 오랫만에 만났으니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꼈을테다. 늙고싶지 않으나 어쩔 수 없이 늙어버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령 그리 보였어도 그 말을 입밖으로 내지 않았음 어땠을까? 인간 관계의 기본은 부정적인 걸 말하지 않는 거다. 솔직하다고 다 좋은게 아니다. 충격적인 것은 6촌 동생의 외모다.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거짓말처럼 하나도 늙지를 않았다. 뭘 어떻게 하고 살았는지 나만 폭싹 늙어버린 것이었다. 묻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그리 늙어보입니까? 2024. 2. 19.
이놈 정신 머리하고는 며칠 전 이희재 선생님 내외 분을 만나 나의 정신머리 없음에 대해 말했다. 가장 먼저 말한 것은 여권 분실이다. 2003년 중국 광쪼우에 있는 작은 형 회사에 갔을 때 여권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마도 버스로 이동 중 뒷주머니에서 빠진 듯하다. 할 수없이 광조우 한국영사관에 가 임시 여권을 발급받았다. 이 때 임시 여권 발급받기 의해 사진관에 가 사진을 찍었다.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쓴 것이다. 홍콩을 경유해 돌아올 때 공항 직원이 임시 여권을 보더니 의심스런 눈초리로 뭐라뭐라 하였다.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나는 "아엠 미스테이크"란 말만 반복했다.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나의 주의력 없음을 자책했다. 다신 이러지 말아야지... 암..암... 지갑도 자주 잃어버렸다. 택시에 두고 내리.. 2024. 2. 19.
권숯돌 작가의 책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큰 충격을 받지않았다. 이미 돌아가실 걸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헌데 동료인 권숯돌 작가는 다르다. 너무나 뜻밖이었다. 왜이리 황망히 떠나야 하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 것은 마흔 무렵이다. 이전까지 죽음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생물은 필멸한다. 지구에 생물이 생겨난 이래 이를 비껴나간 존재는 없었다. 죽음 뒤엔 무엇이 있을까? 없었다. 그리하여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생각하면 땅이 꺼지는 기분이 들곤 하였다. 그만큼 소멸은 두려웠고 그와 비례해 삶에 대한 애착도 커져만 갔다. 오십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도 나는 죽음이 두렵다. 할수만 있다면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최대한 늦추고 싶다. 죽은 이는 말이.. 2024.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