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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숯돌 작가가 떠난 뒤 아파트단지 안을 걸어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차에 숙북히 쌓인 눈을 한 웅큼 움켜쥐었다. 물기를 머금어 뽀드득 소리가 났다.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좋았다. 또다시 세상을 떠난 권숯돌 작가가 생각났다. 삶이란 무엇인가? 수북히 쌓인 눈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거다. 눈을 움켜쥐었을 때 상쾌함을 느끼는 거다. 그런 거다. 나와 가깝게 지내던 이가 눈을 움켜쥘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말도 할 수없고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읽거나 쓸 수도 없는 완전한 무의 세계! 출판사에서 권작가와 함께 작업한 책 표지 디자인을 보내왔다. 8차 수정본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마침 우리집에 놀러온 동네형에게 표지를 보여주니 바로 좋다는 말을 하였다. 고급지단다. 집에 있는 다른 책들과 비교하며 참 잘된 디자인이.. 2024. 2. 19.
권숯돌 작가 북한산 그림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권숯돌 작가님과는 사흘에 걸쳐 북한산 일주를 한 적 있습니다. 하루는 권작가님 사촌 동생과 동행을 하기도 하고요. 산행을 하며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덕분에 권작가님 인생 행로를 소상히 알 수 있었지요. 권작가님은 일본 생활을 하며 고국강산이 그립다는 말을 많이 하였습니다. 가족들이 아무리 배려를 많이 한다 해도 근원적 그리움은 떨쳐버릴 수 없었나봅니다. 그리하여 틈날 때마다 한국을 찾곤 하였지요. 특히 산에 오르는 걸 좋아했습니다. 저는 권작가님이 북한산을 최대한 많이 느끼게 해줘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 안내를 했습니다. 산을 잘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십번 오른 산이라 안내인을 자처했던 것입니다. 산행 이틀째. 사자능선을 바라보며 비봉에 오를 때입니다. 바위에 쉬고 .. 2024. 2. 19.
권숯돌 작가 이야기 이어쓰는 권숯돌 작가 이야기 권숯돌 작가가 일본 유학 시절을 이야기 한 적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렇다. 90년대 대학을 졸업하고 약 2년동안 KBS 방송 작가로 활동하였다. 유학을 결심한 것은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도박에 미쳐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 나아가 빚을 떠 안겼다. 가정 내 불화는 말할 수 없이 컸다. 처음엔 영어권 나라로 유학을 떠날 생각이었으나 이런 저런 사정이 겹쳐 일본으로 방향을 정했다. 2년 과정인 랭귀지 스쿨을 1년만에 마치고 들어간 곳이 나고야 대학 대학원이었다. 유아심리학과라고 했다. 선동열이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나고야의 수호신이라 불리며 활동하던 무렵이다. 대학을 다니지 않은 나는 대학사회를 모른다. 그럼에도 권숯돌 작가에게 전.. 2024. 2. 19.
권숯돌 <<장흥 1950 기록과 기억>> 작년 권숯돌 작가님이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내게 책을 몇 권 주었다. 활동 중인 강진과 장흥에서 발간한 책들이었다. 모두 의미있는 책들이지만 작업에 쫓겨 책을 꺼내볼 생각을 못했다. 내내 책장에 그대로 꽂혀있었다. 책을 받기 이전 나는 권작가님이 장흥문화공작소란 곳에서 한국전쟁당시 민간인피해를 조사한다는 얘길들었다. 진실화해과거사조사위원회 측으로부터 얼마간의 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인 듯 했다. 민간인 피해는 좌와 우를 가리지 않았다. 우익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훨씬 더 많았지만 좌익에 의한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사업의 목표는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했다. 민간인 피해 사실을 총체적으로 밝히는 것이라 했다. 나는 2012년 출간한 "정가네소사"에서 부분적이나마 한국전쟁에 대해 다루었다. 국군.. 2024. 2. 19.
권숯돌 작가 詩 여보 당신 권숯돌(권유선) 작가가 생전에 쓴 시들을 갈무리 하고 있습니다. 모아보니 총 61편이네요. 모두 일본에서 살 때 쓴 것입니다. 한동안 불면 상태가 이어졌는데 그 때 시상이 마구 마구 떠올랐다고 합니다. 자신의 시에 도취된 나머지 한 밤 중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시를 보내주기도 했답니다. 지나고나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낯뜨거워 미칠 지경이었다는 이야기를 제게 하기도 하고요. 저는 시를 즐겨 읽지 않습니다. 살아오면서 시를 한 번도 써보지 않았고요. 이따금 유명 시인의 시를 읽어보고 좋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요. 이백. 원호문, 황진이, 매창, 마츠오 바쇼, 김소월, 한용운, 김남주, 신동엽, 신경림, 이소암, 정덕수 ... 그런데 권숯돌 작가의 시는 조금 어렵더군요. 쉽게 읽히는.. 2024. 2. 19.
권숯돌 작가 詩 여름동백 불시에 세상을 떠난 권숯돌 작가의 본명은 권유선입니다. 권숯돌이란 필명을 쓰기 전 일본에서 생활을 하였는데 한동안 시작 詩作에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불면증 상태에서 시상이 마구 떠올라 수십편의 시를 썼다고 해요. 권숯돌 작가는 문청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며 시를 썼고 대학을 졸업해서는 KBS 방송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일으로 계기로 일본 유학을 떠났던 거지요. 살펴보건대 자신의 생애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생활한 듯 합니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듯 시 또한 자신의 삶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권숯돌 작가의 시엔 일본의 자연과 풍습들이 등장합니다. 여기 올린 시도 그 가운데 하나고요. 오늘 제가 그 시를 필사해보았습니다. 2024. 2. 19.
권숯돌 작가 1 2020년 출간한 "의병장 희순"을 그릴 때입니다. 주인공 희순이 만주로 떠나는 장면을 그리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마을 아낙들과 헤어짐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지요. 한동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펜터치를 하였습니다. 제 만화 인생에서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전작인 "목호의 난"에서 노국공주가 죽는 장면을 그리면서 슬프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울지는 않았습니다.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습니다. 제가 발표한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병장 희순"도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만약 이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없다면 매우 허전할 것입니다. "의병장 희순'은 처음으로 글작가와 협업해 그린 작품입니다. 저의 제안으로 권숯돌 작가가 스토리를 썼고 제가 구성을 한 뒤 그림을 그렸습.. 2024. 2. 19.
<<목호의 난 1374 제주>> 인증 샷 김포시 통진 도서관에 이런 책이 비치돼있나 봅니다. 그 쪽에 사시는 선교사님께서 보내주셨어요. 말씀하시길 놀라운 작품이라 합니다. 당시 삶을 사실적으로 잘 그렸다네요. 누굴까요? 작가의 이름은? 음... 아무튼 기분좋은 인증샷이었습니다. 2024. 2. 19.
샤넬 향수 작은형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식구들 선물을 사왔다. 내게도 선물을 하나 주었는데 샤넬향수다. 작은 형수가 그냥 뿌리는게 아니란다. 뿌리는 방법이 있단다. 형수가 시키는대로 향수를 뿌렸다. 향이 나긴하는데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모르겠다. 갖고있는 2~3만원대 향수와 다를 바 없다. 형수 말로는 샤넬 향수의 특징이 향이 오래가고 나는 향을 잘 못맡아도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향을 강하게 맡는단다. 그러면서 향을 적당히 잘 뿌려야지 너무 강하게 뿌리면 역효과가 난다는 말을 하였다. 몇년전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향수"란 소설을 읽은 적 있다. 향수에 미쳐 살인도 서슴치않는 한 남자 이야기다. 작품 무대는 중세 프랑스 파리. 독일 출신 작가가 파리의 모습을 현미경처럼 자세히 그리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 소설에 .. 2024.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