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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권샘

권숯돌 <<장흥 1950 기록과 기억>>

by 만선생~ 2024. 2. 19.

 
 
작년 권숯돌 작가님이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내게 책을 몇 권 주었다.
활동 중인 강진과 장흥에서 발간한 책들이었다.
모두 의미있는 책들이지만 작업에 쫓겨 책을 꺼내볼 생각을 못했다.
내내 책장에 그대로 꽂혀있었다.
책을 받기 이전 나는 권작가님이 장흥문화공작소란 곳에서 한국전쟁당시
민간인피해를 조사한다는 얘길들었다.
진실화해과거사조사위원회 측으로부터 얼마간의 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인 듯 했다.
민간인 피해는 좌와 우를 가리지 않았다.
우익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훨씬 더 많았지만 좌익에 의한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사업의 목표는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했다.
민간인 피해 사실을 총체적으로 밝히는 것이라 했다.
나는 2012년 출간한 "정가네소사"에서 부분적이나마 한국전쟁에
대해 다루었다.
국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막내 작은 할아버지
이야기는 '순호당숙' 이란 제목으로 그렸다.
아버지가 늘상 술을 드시며 했던 이야기다.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죽임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
직접 총을 들고 싸우는 사람보다 민간인들이 더 많이 죽었다.
전쟁의 아이러니다.
나는 권작가님에게 장흥지역 민간인 학살을 소재로한 작품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현대적 분위기는 그리기 힘들어도 한국전쟁 당시 분위기는 충분히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좌와 우의 갈등과 분단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는 작가에겐 마르지않는
샘이다.
영원한 테마다.
나아가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는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한 작업을 하느라
장흥은 까마득히 잊었다.
온전한 나의 기획으로 진행되고 있는 작업이기에 권작가님에게 도움을
청할 일도 없었다.
새로이 시작하는 작업도 그랬다.
어느날 나는 전화로 짐짓 물었다.
"동학 스토리 한 번 써보실래요? "
나의 물음에 권작가님은 가,부를 말하지 않았다.
아니 벅차보였다.
에너지가 아래로 한없이 가라앉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자료조사부터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의욕에 가득 차있어도 힘든 게 창작이다.
죽으나 사나 내가 쓰고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청천벼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나는 비로소 권작가님이 서울에 올라와 건네주었던 책들을 꺼내들었다.
그 가운데 "장흥 1950 기록과 기억"은 권작가님이 참여해 만든 책이었다.
책을 펴내며를 읽어보니 편집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어제 동학연구에 천착하고 계신 박용규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짧지만
권작가님과 인연이 있으시다고 했다.
"장흥 1950 기록과 기억"을 읽어보니 역사에 남을만한 귀한 책이라 하셨다.
박용규 선생님 말씀을 듣고나서 새삼 권작가님의 부재를 실감했다.
살아있었다면 의미있는 작업을 참으로 많이 할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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