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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권샘

권숯돌 작가 1

by 만선생~ 2024. 2. 19.

2020년 출간한 "의병장 희순"을 그릴 때입니다.
주인공 희순이 만주로 떠나는 장면을 그리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마을 아낙들과 헤어짐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지요.
한동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펜터치를 하였습니다.
제 만화 인생에서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전작인 "목호의 난"에서 노국공주가 죽는 장면을 그리면서 슬프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울지는 않았습니다.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습니다.
제가 발표한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병장 희순"도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만약 이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없다면 매우 허전할 것입니다.
"의병장 희순'은 처음으로 글작가와 협업해 그린 작품입니다.
저의 제안으로 권숯돌 작가가 스토리를 썼고 제가 구성을 한 뒤
그림을 그렸습니다.
다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호흡이 잘 맞는 콤비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조만간 출간될 "1592 진주성" 작업도 함께 할 수 있었지요.
중간에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에서 의뢰받은 웹툰 '만월대 이야기'도 함께 했었고요.
하지만 이제 더이상 권숯돌 작가와 협업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예고도 없이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권작가님의 부재가 믿기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인사를 할 것만 같습니다.
저는 미련이 많은 사람입니다.
사귀었던 사람을 쉬이 놓아주질 못합니다.
돌아보면 권숯돌 작가와는 참으로 많은 걸 나누었습니다.
페북 친구였다가 책을 함께 쓰고 그리는 사이로 발전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생산이 중단된 만화 도구를 일본에서 공수해주기도 하였지요.
세상에 수많은 인연이 있지만 공저자만큼의 강한 인연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름을 함께 올린 책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책이 사라지지 않는한 말이지요.
권작가님을 떠나보낸 뒤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권작가님이 생전에 남긴 흔적을 하나씩 모으는 거지요.
시와 산문, 그림, 그리고 만화 스토리...
여기 올린 이미지는 의병장 희순 스토리입니다.
1화는 종이에 손으로 직접 썼는데 글씨가 참으로 단정합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유고집을 만들어봐야겠단 생각도 들고요.
쓰다보니 한용운 시가 계속 귀에 맴돕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상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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