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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3 월출산 3 천황봉 가는 길. 구름다리 쪽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월출산은 비슷한 높이의 북한산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더 거칠고 더 뾰족하게 솟아있다. 그리하여 조선시대 문인 이중환은 그의 책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이라 일컬었다. 아침 하늘에 불꽃같은 기상을 지녔다는 뜻이다. 들으니 월출산 가까이 있는 집들은 월출산과 바로 마주하지 않는단다. 집을 비껴 짓는단다. 그 기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출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 신령스런 산이므로 영암이라 하였다. 영암이란 지명은 월출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1972년 김환의가 작사하고 고봉순이 작곡한 곡을 가수 하춘화가 불렀는데 흥겹기 그지없다. 홀로아리랑과 더불어 대중가요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아리랑이다. 영암 아리랑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2024. 3. 24.
월출산 2 월출산 2 월출산을 처음 오른 건 1998년 오토바이로 전국 여행을 하면서다. 대처승이 기거하던 천황사를 거쳐 구름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비가 온 뒤라 구름이 자욱했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구름이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것이 실로 장관이었다. 평생에 한번볼까 말까한 풍경이었다. 거기다 올라오는동안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으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통천문을 거쳐 정상인 천황봉에 올랐다. 신선이 아니면 머물지 않을 것 같은 이 산! 하지만 일시에 분위기를 깬 것은 먼저와 있던 관리사무소 직원 두사람이었다. 이들은 도시락을 먹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한사람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이 험준한 산을 마치 안방드나들듯 하는 모양이었다. 이들은 내게 도시락을 나눠주며 산을 좋아.. 2024. 3. 24.
월출산 1 월출산 가는 길 2024. 3. 24.
방언 방언 화성에서 일년 남짓을 살았는데 스트레스였다. 어딜 가면 꼭 화성연쇄살인을 이야기했다. 하다못해 중들조차 첫마디로 하는 말이 연쇄살인사건이었다. 화성을 떠나고 싶었다. 마침 작은형수가 빌라에 세들어 사는 대신 아파트에 사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감히 꿈꿀 수 없었던 아파트였지만 맘을 먹으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 오산 변두리에 있는 아파트를 샀다. 18평짜리 오래된 아파트였다. 어딜 가더라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입에 올리는 이가 없었다. 서울 아래 도시가 안양 수원이고 수원 아래 도시가 화성 오산이다. 서울과의 거리는 50킬로미터. 차만 막히지 않으면 한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컴터 가게에서 사람을 불렀다. 1인가게로 사장은 고향이 오산 덕절리.. 2024. 3. 24.
착시 현상 착시현상 차를 타고 야외를 나가면 은빛 강물이 펼쳐져 눈을 사로잡는다. 강물뿐 아니라 너울거리는 은빛호수에 마을을 빼앗긴다. 당장이라도 창문을 열고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내 눈을 감는다. 그 것은 은빛강물이 아닌 은빛호수가 아닌 비닐하우스. 그럼 그렇지. 밤에 차를 타고 도심을 달리다보면 붉은빛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량리 오팔팔이나 미아리 텍사스를 지나며 보았던 불빛. 은빛강물처럼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빛이다. 여기에도 창녀촌이 있었나? 한번더 눈길을 주자 정체가 확연히 드러난다. 정육점. 창녀촌의 붉은조명은 여자를 성적으로 더욱 돋보이게해 지나는 남자를 유혹한다. 정육점의 붉은조명은 고기를 더욱 싱싱하게 보이도록 해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궁리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러고보니 소개팅.. 2024. 3. 24.
나의 청년 시절 이글루스 정리하다 나온 나의 청년시절.... 신기한게 조카인 종운이 모습이 보인다. 2023.3.22 2024. 3. 23.
돈 세상 모든 일은 돈으로부터 비롯된다. 좋은 일도 그렇고 나쁜 일도 그렇다. 넷플릭스에서 "빅 조지 포먼"이란 전기 영화를 보았다. 나는 거의 매일 유튜브로 복싱 경기를 보는 사람이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루즈하다. 신앙에 귀의한 삶은 비기독교인인 내게 흥미를 유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이 부족하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이야기라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힘. 그 것이 연출력이다. 그럼에도 곱씹어볼만한 내용이 있었다. 복싱은 힘든 스포츠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경기를 하는 동안 맞을 수밖에 없다. 숄더롤같은 거의 완벽한 방어기술을 가지고 있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같은 선수도 일생동안 몇 번은 맞는다. 그렇다면 왜 이리 힘든 일을 하는 것일까? 싸움을 해 이.. 2024. 3. 23.
화양연화 화양연화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를 넷플릭스로 다시 봤다. 다시봤지만 처음본 거나 마찬가지인게 예전에 본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않는다. 영화를 봤다는 사실만 기억에 있다. 사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그닥 좋아하질 않았다. 기교를 지나치게 부리는 것 같아서다. 중경삼림,동사서독, 해피투게더같은 작품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나마 일대종사는 볼만했다. 2000년 작품인 화양연화는 왕가위 하면 떠오르는 현란한 카메라질이 없어 봐줄만하다. 누구는 감각적이라는데 내가 볼 땐 방정맞다. 세상에 불륜만큼 자극적인 소재가 또 있을까? 불륜이 짜릿한 건 금지하고 있어서다. 배우자간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 불륜이다. 세상은 그 신의 없음을 도덕률로 꽁꽁 묶어버렸다. 도덕이란 이름으로 평생동안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살.. 2024. 3. 23.
사패산 1보루 산책을 나와 내친김에 사패산 1보루(386m)까지 올랐다.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겨울 잠바를 입지않고 왔으면 추위에 덜덜 떨었을 거다. 정상에 오르니 참 좋다. 사방이 훤히 다 보이고 달도 참 가깝다. 올라오는 길엔 봄의 전령사인 생강나무 꽃을 봤다. 살아있기에 볼 수 있는 꽃이다. 죽어선 볼 수없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어 슬프고 유한하기에 더 소중한 삶이다. 생강나무꽃이 피고 지는 걸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그래도 두 다리로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엔 마음이 놓인다. 무언가를 할 수있는 최소한의 체력은 있구나 싶어서다. 집에 들어가면 한동안 손을 놓고있던 작업을 해야겠다. 여기는 나만이 오르는 사패산 어느 바위 위다. 2024.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