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고리
북한산 국립공원은 안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하던 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산은 칠십번 정도 오르고 도봉산은 스무번 사패산 정상까지는 열번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여드레에 걸쳐 북한 국립공원 둘레길도 걸었다.
"무수골요?"
동네 친한 형이 있는데 언제나 내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그래 거기가 얼마나 좋은데. 계곡이 끝내줘.
물이 얼마나 맑은지 버들치 등지느러미가 다 보여.
날마다 애 데리고 거기서 고기도 잡고 나물도 캐면서 놀았거든."
형은 산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북한산과 도봉산에 한두번 오른게 전부고 사패산은 나와 함께 한번 올랐을 뿐이다.
물론 북한산 국립공원 둘레길을 걸은 적도 없다.
그런데 내가 안가본 무수골만 콕찝어 줄창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형이 북한산을 마르고 닳도록 오른 날 부러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 1원을 가진 사람이 999원 가진 사람을 전혀 부러워하지 않고 1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계속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오기가 생겼다.
무수골에 가지 않고선 형에게 의문의 패배를 계속 당할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무수골에 당도했다.
도심 속에 흐르는 작은 계곡.
하지만 역시 난개발로 계곡 곳곳을 시멘트로 덮고 있었고 철제난간을 설치하여 원형을 훼손하였다.
실망스러웠다.
형이 말한 그 계곡과는 너무나 달랐다.
물론 복개를 한 건 아니어서 바위가 드러난 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형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무수골.
이후 나는 형과 현호색을 보러 무수골을 두세차례 더 찾았다.
내 약한 고리가 드디어 메워진 것이다.
그 뒤로도 형은 내 약한 고리를 건드렸다.
중국 일본은 수차례 다녀왔고 터키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다녀온 나에게 자신이 유일하게 다녀온 미얀마에 대해 줄창 이야기 하였다.
무수골 2탄인 셈이다.
형에게 지지 않으려면 미얀마를 가봐야는데 가봐야는데...
하지만 아직 미얀마를 가보지 못하고 있다.
설령 내가 미얀마에 다녀왔다하더라도 형은 계속 이야기하리라.
자신은 가보고 나는 가보지 못한 미얀마 어느 곳에 대해.
2023.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