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리 (はおり)
권샘께서 한국에 오며 하오리 한 벌을 주었다.
교토에 있는 헌옷 가게에서 샀단다.
옷이 무릎까지 왔다.
허리는 천으로 된 끈으로 묶었다.
일본 영화나 만화에서 보는 옷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기모노의 한 종류로 방한으로 입는 남녀공용 겉옷이라고 나온다.
쓰기는 하오리 (はおり) 우직(羽織)이라 한다.
신기한 마음에 집에서 한 번 입어보았는데 그 때 뿐이었다.
다시 입을 일이 없었다.
그렇게 하오리는 내내 옷장 속에 있었다.
몇 년은 잠들어 있었나보다.
요사이 날이 추워져 집에서 입을 옷을 찾았다.
생각하니 편하게 입던 조끼가 작년 겨울 난로불에 그을려 버렸던 것이었다.
그래도 입을 옷이 있겠지 하며 찾았다.
낭패였다.
아무리 뒤져도 마땅한 옷이 나오지 않는 거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하오리다.
별 생각없이 한 번 입어보았는데 춥지가 않았다.
나아가 편하기까지 하였다.
하오리를 걸치고 이불 속에 들어가면 그만큼 더 따뜻했다.
하오리를 입고 작업을 하다 문득 원고를 보았다.
등장인물 모두가 한복을 입고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당연했다.
일본식 옷을 입고 한복입은 사람들을 그리고 있는 나.
조금 언밸런스 하다.
거울을 보니 일본사람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복은 있는가?
개량 한복인데 외출용이다.
집에선 입을 일이 없다.
옷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면 화이트칼라처럼 보이고 작업복을 입으면 공장노동자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군인은 군복을 입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한국 사람인 난 오늘도 하오리를 입고 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회가 닿아 세계 각국의 옷을 입어 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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