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스포츠가 축구다.
축구를 직접 하는 것도 싫고 중계방송을 보는
것도 싫다.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시간낭비일 뿐이다.
국내 프로리그는 물론 A매치 따위 개나 줘 버려라.
그래서 이번 월드컵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촛불집회엔 눈길 한번 안주던 사람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길거리 응원에 나서는 것을 보면 씁쓸했다.
도대체 무엇이 더 중한가?
애정하는 인문시사 유튜브방송 더깊이 10을
보던 중 사무실에 놀러가고싶단 댓글을 달았더니
빨리 놀러오란다.
사람들과 축구경기를 볼거라면서.
그렇잖아도 이사한 곳을 가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축구를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밤늦은 시각 광진구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포르투칼에 한국이 한 골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시큰둥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동점골을 터트렸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더불어 환호했다.
하지만 축구강국 포르투칼을 이기리란 생각은 전혀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호날두가 있는
팀 아닌가.
솔직히 역전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질거란 생각에 경기를 보는듯 마는듯했다.
헌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경기 종료 몇분 전 역전골을 터트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함께 환호했다.
얼싸안기까지 했다.
내가 왜 이러지?
한낱 축구 경기 따위에?
도대체 월드컵 16강 진출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그럼에도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기를 빌었다.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마침내 우루과이가 가나에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경기가 종료됨으로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었다.
무려 12년(?)만에 16강 진출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스포츠 축구.
그런 축구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라니...
그 축구경기를 백만년만에 보고 말았다.
202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