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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잉크 가게

by 만선생~ 2024. 12. 31.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 잉크 가게에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다.
평일인데다 시간은 5시. 아직 문닫을 시간은 아니었다.
출장 중인가 싶어 가게에 적혀있는 핸드폰 번호를 두드렸다.
주인이 전화를 받는다.
볼일이 있어 시내 나갈려고 의정부역에 나왔다며 급한 일이냐 묻는다.
여기서 시내란 서울을 말한다.
의정부도 번화한 도시지만 개념상 시골이다.
서울 일극사회라 인구 300만이 넘는 부산조차 시골로
인식하는게 서울 사람들이다.
나는 주인에게 오늘 중으로 서류를 완성해 내일 아침 넘겨야한다고 말했다.
"급한 일인가요?"
"없으면 아쉽죠."
"괜찮으시면 10분만 기다려 주실래요?"
"네"
가게앞에서 10분 쯤 시간을 보내니 주인이 나타나 문을 연다.
그리고 잉크를 건넨다.
값은 16,000원이다.
이것 때문에 가던길을 되돌아오게 해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약속인지는 모르지만 주인은 최소 20분 늦게 도착할 것이다.
팔면 좋지만 안팔아도 그만인 16,000원짜리 물건.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가도 되지만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손님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소 6시까지 가게문을 연다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주인은 그 약속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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