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책

나만의 장소

by 만선생~ 2025. 4. 26.

누구의 발길도 닿지않는 나만의 장소가 있다.
사패산 들머리 계곡에 있는 두길 높이의 바위다.
호암사로 가는 포장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생김새가 특별나지도 않고 또 워낙 등산로 초입에
있어 아무도 오를 생각을 안한다.
덕분에 이 바위는 아무도 손타지 않은 나만의 바위가 되었다.
사패산 1보루에 올랐다 내려오거나 계곡으로 산책을 나올 때 나는 이 바위에 오른다.
바위에 오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발이 바위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좋다.
이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아예 산에서 내려오질 않고 눌러 살기도 한다.
바위엔 아쉽게도 평평한 곳이 없다.
대신 비스듬히 누워 있을 만한 공간은 있다.
팔베게를 하며 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다.
설악산에서처럼 별들이 쏟아지지 않지만 밤이 되면 나름 별자리를 관측할 수가 있다.
다맠 별자리를 모를 뿐이지.
오늘은 해거름에 계곡으로 산책을 나왔다 바위에 올랐다.
언제나처럼 비스듬히 누워 페이스북에 새로 올라온 글들을 읽는다.
이어 지인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이 짙게 깔려 나뭇잎들을 분간할 수가 없다.
날이 흐려 별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바위에 등을 붙이고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이 온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등에 한기가 올라오는 것이다.
내려가기 싫운데 춥기는 하고.
포대기가 그립다.
포대기만 있으면 몸을 감싼 채 잠이 들텐데...
점점 차가워지는 밤공기...
누구의 발길도 닿지않는 나만의 장소에서 내려온다.
1억 몇천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라색 교회  (0) 2025.04.21
사패산 안골  (0) 2025.04.20
나만의 바위  (1) 2024.10.16
사패산 범골 계곡  (1) 2024.10.07
용연이 바위  (0)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