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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미용실

by 만선생~ 2023. 12. 2.
간만에 미용실에 갔다.
"자른듯 안자른듯 조금만 잘라주세요. "
미용실 아줌마(사장님)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기 바리깡으로
머리를 쳐내기 시작했다.
어.. 이게 아닌데...
하지만 염려와는 달리 적정선에서 바리깡을 멈추고 가위로 숱을 치시었다.
가위소리가 경쾌했다.
반복되는 가위질.
거울 속에서 잘려나가는 머리를 보며 문득 아줌마의 팔이 아플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일하시면 팔 아프겠어요?"
아줌마는 그렇다고 했다.
팔이 저리단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사를 네차례 맞았단다.
그럼에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의사에게 주사를 더 놔달라 했더니 일시적으로
통증이 가실 뿐이라며 운동을 해 팔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했단다.
"무슨 운동요?"
"아령요. 그래서 쉴 때 틈틈이 아령을 듭니다"
"직업병이네요"
" 글쵸 세상에 쉬운일이 어딨겠어요. 어떤 사람은
팔이 아파 미용을 그만두기도 해요."
"아..."
"일을 그만두면 팔이 아플일도 없는데...
사는 재미가 없죠. 나와서 일을 해야 사는 거 같아요.
아주 돈이 많아 취미활동만 하며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저런 대화가 오고가는 중에 이발이 끝났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한결 단정해 보였다.
"얼마죠?"
"만원요"
"이제 퇴근하시겠네요.
"네"
"안녕히 계세요"
신기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머리를 깎아오면서 미용사의
팔이 아플 거란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게.
공감능력 부족인가?
하루종일 서서 일하니 다리가 아플 거란 생각은 했었다.

20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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