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정가네소사>> 중 <누에> 에피소드

by 만선생~ 2023. 12. 19.
 
 
 
어린 시절 누에 농사를 크게 짓던 아버지 덕에 오디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주전자를 들고 뽕밭에 들어가면 머지않아 주전자가 오디로 가득했다.
입가는 쪽빛으로 물들어 세수를 해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오디를 먹을 수 없었다.
그 맛이 그리웠다.
오늘 오디를 먹고 있다.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다.
뽕밭을 거닐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아무리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40대 초반 월간 우리만화에 정가네소사 중 '누에'란 제목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2012년 7월 40대 중반 정가네소사 1,2,3권이 출간되었다.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누에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뽕밭씬을 이야기하곤 했다.
생각하면 내가 언제 그런 장면을 그렸나싶기도 하다.
이후 그보다 강도가 센 장면을 한 번도 안그렸다.
그리고 싶었는데 못그렸다.
한국 영화 "뽕"을 본 것은 누에를 그린지 몇 년이 지나서다.
원작인 나도향의 "뽕"도 찾아서 읽었다.
소설보다 영화가 훨씬 낫다.
무대가 되는 삼협은 강원도 땅으로 휴전선이 그어져 갈 수가 없다.
그에 반해 정가네소사 '누에'의 무대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가 있다.
아버지가 세계은행에 대출을 받아 지었던 잠실 두 동은 아직도 남아 있다.
비록 퇴락했지만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뽕밭은 사라지고 없다.
문중 땅을 잘못 사 소송이 벌어졌으나 지고 말았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아버지로 하여금 문중 땅을 사게한 것은 언덕 너머에 사는 조씨였다.
인과응보일까?
조씨는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다이너마이트 사고로 죽었다.
그 집 딸 미정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렸는데 얼굴이 전혀 생각 안난다.
내가 만난 최초의 이성...
아마도 중년 여성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만화 작업 > 정가네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기다림  (1) 2023.12.19
정가네소사 전자신문 서평  (1) 2023.12.19
정가네소사 오마이뉴스 서평  (0) 2023.12.19
정가네소사 미완성 원고  (0) 2023.12.19
정가네소사 열린전북 기사  (1)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