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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흙서점

by 만선생~ 2023. 10. 22.

흙서점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가까이 있는 흙서점.
1986년 개업한 헌책방이다.
개업 당시엔 한참 나이였을 가게 주인은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되어있다.
서점은 할 일이 참 많았다.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거거나 신경쓰지 않고 계속 책정리를 하였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점은 어지럽혀 정신이 하나도 없으리라.
책을 구경하는 동안 목수인 동갑내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오늘은 쉰단다.
목수는 휴일이 따로 없다.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다.
친구는 내 페북을 계속 보고 있어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좋아요를 한 번도 누르지 않은 놀라운 인내심의 소유자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너 스토커냐? "
친구는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
첫째는 이화여대에 다니고 둘째는 한양공대에
들어갔단다.
특별히 비싸돈을 들여 학원에 보내지 않았는데
다들 알아서 공부를 하더란다.
엄마 아버지의 공부 머리를 물려받은 것 같다.
자식 키우는 보람이 있다.
고른 책을 모두 계산해보니 5만7천원이 나왔다.
가게 주인은 7천원을 깎아 5만원에 주겠다고 한다.
카드결재는 안된다 하여 계좌이채를 하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의정부엔 헌책방이 없다.
값싸게 책을 살 수 있는 헌책방.
사라져가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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