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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노량" 유감

by 만선생~ 2023. 12. 26.

"노량" 유감
어제 영화 "노량"을 보고 왔다.
잔치집에 재뿌리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싫은 소리를 좀 해야겠다.
상영 시간 내내 극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복장 때문이었다.
전작인 "명량"과 "한산" 때도 그랬지만 이순신 갑옷이 너무 후졌다.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갑옷이 더 좋아져야는데 도리어 더 후져지니 이해가 안간다.
한마디로 적당히 사출해 뽑아낸 플라스틱 갑옷이었다.
연극 무대에나 쓰면 딱 알맞을...
(연극은 원거리에 보기 때문에 이질감이 없을 듯 하다)
갑옷 어디에도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위엄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부하 장사들의 갑옷은 그런대로 볼만했다.
감독이 이순신 안티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내년 초 출간될 "1592진주성" 작업을 할 때 가장
신경썼던 것 중 하나가 김시민 장군의 갑옷이었다.
없는 실력으로 목사(정3품)의 위엄이 느껴지도록 최대한 애를 많이 써 그렸다.
투구 아래 달린 날개는 끈으로 단단히 여미었다.
여느 티브이 드라마에서 보듯 날개를 펄럭이는 것으로 그리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 "노량"에서 통제사 이순신과 휘하 장수들은 투구 날개를 펄럭인다.
한 여름이라면 몰라도 겨울 노량에선 몸을 보호하기 위해 또 추위를 막기 위해서
투구 날개를 더 단단히 여미었을 것 같다.
장수로서 위용을 더하는 건 양 어깨에 달린 용장식이다.
김시민 장군이 나올 때마다 용장식을 그리느라 애를 먹곤 했다.
그만큼 그리기 어려웠다.
어깨에 용장식이 없는 최고 지휘관의 모습. 
나는 상상이 안간다.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 1592이순신 같은 TV 드라마들을 보면
용장식이 잘 표현돼 있었다.
하지만 영화 노량에서 통제사 이순신 갑옷에선 용장식이 잘보이지 않았다.
있긴한데 너무나 조잡하였다.
눈을 감고 싶을 지경이었다.
영화는 TV드라마에 비해 훨씬 밀도가 있어야 한다.
고증도 그렇다.
하지만 "노량"의 복식 고증은 엉망이었다.
선조와 대화를 나누는 윤두수의 관모는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어떻게 관모가 눈썹을 가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작인 영화 "한산"에선 좌수사 이순신이 쓴 전립이 눈에 거슬렀다.
돼지털로 마감을 하는게 전립인데 한산에서 보이는 전립들은 사출기에서
대량으로 뽑아낸 티가 역력하였다.
차라리 TV드라마에서 보던 전립들이 훨씬 좋았다.
통제사가 신고 있는 목화(가죽신)는 마치 장화 같았다.
전투씬에 쏟은 감독의 열의는 대단하였다.
보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복식은 그 이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제작자가 복식엔 절대 돈을 쓰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를 한 건가?
감독이 복식에 신경을 쓰고있지 않다는 증거가 또 하나 있다.
이순신 처인 방씨 부인이 정조 때부터 꽂기 시작한 비녀를 꽂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린 "1592 진주성"에 나오는 여인들은 
비녀를 꽂는 대신 머리를 위로 틀어올리고 있다.
보건대 고증이 잘된 영화는 단연 "남한산성"같다.
투구와 갑옷이 정말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만약 "노량"의 감독이 "남한산성"만큼 복식에 신경을 썼으면 완성도가 훨씬
높았을텐데 그러지 않아 많이 아쉽다.
흥행은 어느 정도 될 것 같지만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없는 영화란 생각이 든다.
이유는 디테일이 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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