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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목호의난 1374 제주

제주 답사

by 만선생~ 2024. 1. 3.

99년도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던 사라봉과 별도봉을 잊지 못한다.
사라봉에서 별도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태풍에 물결치는 푸른억새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땐 몰랐다.
내가 올랐던 봉우리들이 화산폭발로 생겨난 분화구라는 사실을.
나아가 오름이란 말조차.
2013년 제주를 다시 찾고서부터 나는 오름에 매료되었다.
한라산 백록담부터 높이 4~50m되는 낮은 오름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내에서
최대한 많이 오르려 했다.
제주 땅에 솟아난 오름의 수는 약 360여개.
그가운데 내가 올랐던 오름은 열일곱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라산백록담 윗세오름 다랑쉬오름 원도봉 별도봉 사라봉
용눈이오름 송악산 바굼지오름 새별오름 검은오름 밝은오름
따라비오름 이달오름 섯알오름 토산악 물영아리오름
조선말 고산자 김정호선생이 제작한 대동여지도에는 오름이 60개정도 표기돼 있다.
표기기준은 오름의 크기도 크지기만 무엇보다 봉화가 우선이다.
오름이 아무리 크고 높아도 봉화가 없으면 표기기준에서 밀려나고 아무리 낮은
오름이라도 봉화가 있으면 표기한 것이다.
사실 대동여지도는 우리 땅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담아내고 있지 않다.
정보의 취사선택이 이루어진 지도다.
대동여지도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기준에 맞춰 제작됐던 아주 실용적인 지도인 것이다.
대동여지도에 표기돼 있는 산에 오르고 빨갛게 표시하듯
대동여지도에 표기돼 있는 오름 역시 오르고나면 빨갛게 표시한다.
빨간칠이 하나씩 늘어나는 재미를 사람들은 알까?
빨간칠이 많아질수록 많이 쏘다녔단 얘기다.
그만큼 땅에 대한 정보가 많이 쌓였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이땅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제 다시 제주도를 찾게 될까?
그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일상을 소중히 채워나가야겠다.

20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