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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김제 적산 가옥

by 만선생~ 2024. 1. 24.
 
김제역 가까이 눈에 띄는 집이 한채 있습니다.
한옥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니고 양식도 아닌 정체가 모호한 집입니다.
집 규모가 제법 커서 왠만한 재력없이는 살수 없을 듯합니다.
한마디로 부잣집입니다.
헌데 창문이 깨져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듯 합니다.
차를 타고 이동 중 차를 세워둔채 담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궁금한 건 참지 못하거든요.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잘 다듬은 화강암 계단을
올라 현관에 올라섭니다.
깨진 현관문을 통해 건물안이 들여다보입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는지 부서진 가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먼지가 새까맣게 내려앉은 쇠창살엔 고지서들이
꽂혀 있는데 날짜를 보니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무단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겠다는.
겁많은 나는 더이상 있지 못하고 발길음을 돌리려 하였습니다.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왔기 때문에 빨리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을 이길 순 없었습니다.
발길을 돌리다 말고 현관문을 열어봅니다.
세상에.
문이 열립니다.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집안으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역시 부잣집이 맞습니다.
가운데 복도가 길게 나있는데 그 옆으로 방들이 있습니다.
모두 일본식 방입니다.
한쪽 방은 노숙자가 살았는지 옷가지들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무단침입을 한 거지요.
방 여기저기를 계속 돌아봅니다.
타일을 깐 욕실이 보이네요.
보일러실도 보이고.
복도 끝에는 거실이 있습니다.
벽난로 앞에서 식구들이 모여 밥도먹고 차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을 것 같네요.
우리 같은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환경입니다.
집 뒷쪽으론 넓다란 마당이 있고요.
마당 너머엔 이웃집 적산 가옥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살다 본국으로 돌어간 그러니까 적의 재산을 누군가 불하받아
살게 된 것이지요.
나는 다시 궁금해졌습니다.
누가 이 집에 살았을까?
집은 언제 지었을까?
그리고 무슨 이유로 집이 이처럼 방치돼있는 것일까?
할 수만 있다면 이집을 사고싶습니다.
손을 조금난 보면 정말 멋진 집이 될거 같습니다.
이 집에서 만화도 그리고 손님도 맞고.
아주 재미있게 살거 같습니다.
방이 많으니 세를 놓아도 되고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도 될 것입니다.
작품이 잘 팔리면 그런 거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요.
집앞이 4차선 도로라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문을 닫으면 조용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남의집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어 집을 나옵니다.
혹 김제 분 가운데 이 집에 대해 알고 계신 분 있다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아래는 댓글들

정신환
이집을 시에서 매립해서 김제근대역사관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누가 매립했다는군요.

김제시의회는 도대체 뭐하자는것인지. 부용역앞 거리도 그렇고, 최배달의 고향산도 그렇고...

한심해요. ㅜㅜ 백날 얘기해봐야 소귀에 경읽기 입니다. 그날그날 생각없이 사는 거 같아요.

Kyungsoon Lim
어릴 때부터 지나가면서 봐왔던 집입니다만, 그땐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옆에 있는 집도 그렇습니다.

가끔 가보는 고향이지만, 지난 수십 년 사이 많이도 변했더군요... 꿈이 이루어지시길 기원합니다.

강지연
여긴 울동네 입니다^^
그집이 아마...경찰서장 집이었을 걸요?
아니면 아마도 높으신분 집 맞습니다.
매일 닫혀진 집이라 저도 궁금했었어요^^

원수연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이 집 외관과 창의 모양이 예뻐요. 일정한 타일로 외관을 꾸민 것도 독특해 보이고요. 적산가옥을 잘 고쳐서 운치 있게 만든 집들을 가끔 봤었는데.....꿈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김형진
김제에서는 참 안타까운 건물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요.
한 십년 전쯤? 성산 밑에 있던 아주 큰 보존이 잘된 멀쩡한 일본집을 허물어버리고 그 옆 김제관아의 부속건물을 늘린다고...
경중을 따지기는 뭐하지만 고증도 부족할법한 박제화된 기와집 몇 채의 값어치가 근대의 것을 밀어버릴만큼의 가치가 있었던 것인지...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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