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표지 디자인 때문에 편집부와 피드백을 하던
와중에 옛 일이 생각났다.
2006년 청년사에서 낸 《붕어낚시 삼총사》에 관한 일이다.
어찌어찌 인연이 되어 김남중 작가가 쓴 글에 삽화를
그렸는데 편집부에선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었다.
어렵사리 제목이 정해지자 디자인 실장은 표지 그림을 한창동안
들여다 보더니 손가락을 휘휘 저어보였다.
흡사 낚시줄을 드리우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붕어낚시 삼총사 글씨다.
책이 나온 뒤 큰형과 동생이 책을 읽었다.
작품의 시대적 공간과 무대가 우리와 많이 겹쳐서인지
다를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책은 팔리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 한 참 못미쳤다.
그리고 얄궂게도 이후 작가가 다른 출판사에서 낸 책들은 엄청 잘팔렸다.
김남중 작가의 책은 지금도 동화계 베스트셀러다.
출판업계는 이직이 잦다.
2012년 《정가네소사》출간을 위해 도서출판 휴머니스트에 갔더니
청년사에 있던 디자인 실장이 와있었다.
좁디 좁은게 이 바닥인가 싶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책이 나오고 책거리를 위해 출판사에 갔다.
인사를 하느라 디자인실에 갔더니 책상 옆으로 정가네소사라 쓴
붓글씨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몰라도 백번 이상 쓴 듯했다.
그 가운데 가장 잘된 글씨를 뽑아 표지에 얹힌 것이었다.
표지와 책장정이 아주 맘에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었다.
고생 끝 행복시작이다.
뜻대로만 안되는게 인생.
책은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고 이듬해 부천만화대상 우수만화상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렇다면 《진주성》은 어찌될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일단 책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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