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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권샘

권숯돌 작가가 보내준

by 만선생~ 2024. 3. 1.

 
권숯돌 작가는 일본에 살며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공수해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에선 생산이 중단된 만화용 잉크와 펜촉이다.
예전엔 파일로트 제도용 잉크를 썼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지 어느날
자취를 감추었다.
펜촉도 마찬가지다.
수없이 수입산을 써야만 했는데 고맙게도 권숯돌
작가가 한국 오는길에 이를 전해주었다.
이후 펜촉은 옥션에서 일본산 니코 펜촉을 100개 단위로 사서 썼는데
잉크가 문제였다.
마침 권숯돌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않아 떨어지고 만 것이다.
할 수없이 옥션에 들어가 네델란드산 잉크를 주문하였다.
(만년필 잉크는 사용불가다.)
한 때는 파일로트 제도용 잉크를 대신하여 서예용 먹물을 써보았다.
하지만 점성이 없어 펜촉에 먹물을 머금지 못하고 바로 흘러내려 원고를 망치기 일수였다.
십대 시절 난 벼루에 먹을 갈아 만화를 그렸다.
그 때로 돌아가 먹을 갈아볼까 했지만 너무나 불편하였다.
이제 내겐 만화용 잉크를 공수해줄 이가 없다.
내가 사야만 한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누군가 나를 생각해 보내준 것과 내가 내돈 주고 산 건 다르다.
전자의 물건을 볼 때 애틋해질 수밖에 없다.
아...
글을 쓰고 있는 사이 주문했던 네델란드산 만화용 잉크가 도착하였다.
부디 일본산 잉크와 큰 차이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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