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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1592 진주성

<<1592 진주성>> 작가의 말

by 만선생~ 2024. 4. 10.
작가의 말
책을 낼 때가 되면 가장 신경쓰이는 게 작가의 말이다.
왜냐면 책을 살 때 가장 먼저 읽어보는게 작가의 말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이 책을 써야만 했을까?
작가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가면 그 때 비로소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반대로 작가의 말이 시원잖으면 책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진다.
아무리 유명 작가라 해도 그렇다.
만화란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예술 장르다.
글이 큰 몫을 차지하지만 글로 온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는 않는다.
그림이 이야기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글쓰기를 소홀히 하는 작가들이 눈에 띈다.
특히 그림만 담당하는 작가들이 그렇다.
작가의 말을 쓰라고 하면 줄행랑을 놓거나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쓰지를 않는다.
출판사에서도 딱히 작가의 말을 쓰라 권하지 않는다.
기획물일수록 더 그렇다.
스토리 작가와 협업한 책인데 글쓴이의 말만 있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인터뷰도 글쓴이만 앞에 나와 한다.
공동 저자인데 한 쪽은 소외돼 있다.
이유가 뭘까?
글쓰기 능력이 안돼서라고 생각한다.
화면을 연출하고 그리면서 느꼈던 감정을 문장으로 적확하게 담아낼 수
없어서다.
글은 쓸수록 는다.
주제넘지만 글을 잘 쓰지 않는 후배들에겐 글쓰기를 권하기도 한다.
단순히 글을 매끈하게 쓰는 차원을 넘어 생각이 정리되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글쓰기를 등한히 한 작가치고 성공한 예가 없다.
그림 작가로만 이름이 남는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 돈을 많이 벌어도 작가로서 허전할 것 같다.
언젠가 독자들 상당수가 작가의 말을 읽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왜냐면 작가의 말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와 같은 이가 적지 않다는 걸 알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그동안 냈던 책들과 마찬가지로 "1592 진주성" 역시 작가의 말을 썼다.
이제 비로소 책이 나오는구나 싶어 기쁘긴 한데 글쓰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특히 작가의 말을 열심히 읽는 독자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럼에도 책상 앞에 앉아 궁싯거리면 써야할 말들이 떠오른다.
아니 떠오르지 않아도 좋다.
일단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이 써진다.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 것은 자유다.
내가 살아온 무게만큼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니 더이상 꾸밀 필요도 없고
꾸며지지도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작가의 말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