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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나무 그릇 1

by 만선생~ 2024. 7. 13.
 
 
나무 그릇 1
 
장한평에 있는 발달지원센터에서 웹툰교실 수업을 마치면 들르는 곳이 있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다.
발달지원센터에서 1km 남짓한 거리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지 못하듯 쉬엄 쉬엄 1동에서 5동까지 걸어간다.
아이쇼핑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주 들렀던 가게에 들러 물건 하나를 산다.
사장님께 가게를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는지 묻는다.
84년부터 가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없어진 제일은행을 다니고 있었단다.
취미로 물건을 사모으다 은행을 그만두고 가게를 열기에 이르렀단다.
주변의 반대가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은행은 최고의 직장이었다.
안온한 삶이 보장돼 있다.
그 안온한 삶을 던진 이가 또 한 명 있으니 윤상원 열사다.
80년 5월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 숨은 시민군 대변인...
인생엔 정답이 없다.
윤상원 열사도 골동품 사장님도 은행원으로 남아
있었으면 임원이 되고 그래서 경제적 안정을 누리며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물건을 손질하는 사장님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내가 물어보는 것들을 조곤 조곤 말씀해 주신다.
들으니 가게 매출을 일본 사람들이 와 다 올려주고 있었다.
그 가게를 나와 다른 가게를 들렀다.
사방탁자가 아주 심플하다.
맘에 꼭 들었다.
예상대로 가격이 제법 나갔다.
주머니가 가벼움을 아쉬워하며 나왔다.
그 뒤로 한참을 걸어 어느 가게에 들렀더니 일본말이 들렸다.
일본인 손님이 와있는 듯 했다.
그 때 눈에 띈 것이 나무 그릇이었다.
둥근 원이 맘에 들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원.
대지의 권법자란 이현세 선생의 만화를 보면 삶의 의미를 묻는 무술 고수에게 떠도는
낭인이 답한다.
말이 아닌 동작이다.
그 것은 다름아닌 앉아있는 무술 고수 주위에 원을 그리며 떠나는 것이었다.
선불교의 창시자인 달마대사 초상에 그려진 것도 둥근 원이다.
살펴보니 그릇은 글라인더로 손을 본 것 같았다.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건 아니다.
그럼에도 맘에 들었다.
특히 옻칠.
값을 지불하고 해주반 위에 올려놓으니 분위기가 딱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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