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앤티크

함지박

by 만선생~ 2024. 7. 16.
 
 
용기형이 사는 나주 다시면 집둘레엔 골동품점이 세 개나 있다.
하나는 바로 집 옆이고 나머지 둘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나역시 이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모두 둘러 보았다.
한 곳은 경매장도 겸하여 잡다한 물건이 많고 한 곳은 돌과 도자기 위주다.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고가구 전문이다.
고미술 가운데 나를 가장 매혹시키는 것은 고가구다.
도자기나 회화작품도 좋긴하지만 가구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목공이 취미이기도 한 용기형이 고가구점에 들어서기 전 말했다.
"여기 주인 아줌마가 무지 이쁘다."
가게에 들어서자 아줌마가 우릴 반기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예쁘진 않았고 대신 가구에 마음을 빼앗겼다.
갖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주머니엔 돈이 없었다.
아이쇼핑만 하고 나올 수밖에...
두달 뒤 다시 용기형집에 놀러갔다.
자연 발걸음은 고가구집을 향하였다.
그런데 문이 닫겨 있다.
그사이 얼마간 돈이 생겨 목가구를 하나 살 요량이었는데...
다음날 문을 열었을까 싶어 찾았지만 역시 문이 닫겨있었다.
용기형 말로는 장사가 안돼 집에서 쉬고 있을 거라 했다.
그리고 두달이 지나 용기형집에 놀러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가게를 찾았다.
가게는 역시나 문이 닫겨 있었다.
이 정도면 폐업상태가 아닐까 싶었다.
물건을 사진 않더라도 그 때 보았던 가구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어떤 물건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용기형 집에서 하룻밤을 더 잔 나는 다음 여정을 위해 집을 나섰다.
집 가까이 있는 정도전 유배지를 둘러분 뒤
악셀을 밟으려는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또 들었다.
허탕치는 셈치고 가게를 가보기로 했다.
가게문은 거짓말처럼 열렸다.
그 때 보았던 주인 아줌마가 나를 맞았다.
하늘하늘한 표정으로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라고 말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여자가 타주는 커피라니.
나는 멋적어서 "됐어요"라고 말했다.
주인 아줌마 말고는 아무도 없는 가게를 돌아보았다.
진열된 가구 중 마음에 드는 게 있어 얼마냐고 물어보자 팔지를 않는단다.
다른 사람이 맡겨놓은 물건이라서.
자기 물건들도 여간해선 팔지 않는다고 했다.
가게문을 잘 열지 않는 이유는 주업이 따로 있어서란다.
남편과 함께 건설 일을 하다 틈날 때 한번씩 찾아와 물건을 관리한단다.
물건을 사는 건 주로 단골들이고 사전에 전화로 연락을 주고 받는단다.
그러고보니 물건을 팔기 위해 애쓰는 것 같지 않았다.
주인 아줌마는 내가 안목이 있다고 느꼈는지 자신이 고가구에 빠져
있음을 고백하였다.
연대가 오래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할 능력은 없지만
좋다는 느낌이 오면 물건을 산다고 했다.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겠단 생각보다 물건을 옆에 두고 감상하는게 더 좋단다.
듣고보니 그래보였다.
장삿속에 밝은 얼굴이 아니었다.
백치미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말투에 애교가 넘쳤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사랑스런 마음이 들 것 같았다.
나역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임자가 있는 몸이니 무슨 수작을 벌일 것인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하여 가구를 살 순 없었다.
단 하나밖에 없는 나주반과 함지박 가격을 물어보았다.
가격이 적당하다.
나주반은 옻칠이 부분부분 벗겨져 있었고 함지박은 보존상태가 좋다.
집으로 돌아와 동백기름으로 닦은 뒤 어디에 쓸까
고민하니 바로 답이 나왔다.
나주반은 밥상으로 쓰고 함지박은 이러저러한 물건을 넣어두면 되었다.
 
2022.7.15 

'앤티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끼리 향  (0) 2024.07.16
부채 (칠지도)  (0) 2024.07.16
퇴침  (0) 2024.07.16
화류목 2  (1) 2024.07.14
화류목 1  (1)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