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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만화는 책이 아니다.

by 만선생~ 2024. 8. 22.
10년 넘게 살던 도시 오산.
오산은 베드타운의 성격이 짙은 도시다.
10년 사이 서울에서 인구가 자꾸만 유입돼 인구 몇만의
작은 도시에서 인구 15만의 중소도시로 성장했다.
새로 들어선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과 수많은 상가 건물들...
하지만 서점 수는 늘어나지 않았다.
서너 곳 밖에 안되는 서점 모두 파리만 날리고 있어 지나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정말 돈만 많다면 서점문을 박자고 들어가 책을 모조리 사들이고 싶은 심정이다..
하물며 헌책방은 말해 무엇하리.
시내 단 한 곳밖에 없는 헌책방은 찾는 손님이 없어 언제나 쓸쓸했다.
새로 들이는 책도 없고 나가는 책도 없는 상태...
어쩌다 한 번 들어가면 딱히 볼 책이 없어 대충 한 권 사들고 오는 식이다.
그날 헌책방은 모처럼 손님들로 북적였다.
초등학생 대여섯명이 왁자지껄 떠들며 책을 고르고 있었다.
주인 할알아버지가 말했다.
"놈들아 빨리 골라"
"고르고 있잖아요. 여기 이 만화책요"
"에그~ 이놈들 만화책도 책이냐.
그 건 책이라 할 수 없지"
할아버지에게 만화는 책이 아니었다.
책을 사칭하고 있는 어떤 물건일 뿐이었다.
만약 내가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밝혔음 뭐라 말씀 하셨을까?
책장엔 엔 싸구려 소설과 사건과 실화류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만화가 그 책들보다 못한가?
할아버지는 평생 만화를 보지 않았다.
명작의 반열에 들어가는 만화는 더더욱 보지 않았을테다.
만화를 비하하는 사람들은 대개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폭넘은 교양을 지닌 사람은 만화는 만화대로 인정한다.
먼지가 잔뜩 낀 책들을 만지작거렸더니 손은 어느새 새까맣게 되었고 마땅히
살 책이 없어 대충 한권 골라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한 참 뒤 헌책방을 찾았을 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재개발로 일대에 있는 건물이 모두 헐리게 된 것이다.
이로서 오산의 유일한 헌책방도 사라졌다.
혹 시내에 있는 서점들도 하나 둘 문을 닫는 건 아닐까?
워낙 책을 읽지 않는 세태인데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니 동네서점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무엇이 됐든 사라져가는 것은 아쉽다.
하물며 그 것이 정신의 양식인 책을 파는 곳이라면 더욱 더...

201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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