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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만화같다

by 만선생~ 2024. 8. 22.

 
 
 
황당무계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일컬어 만화같다고들 한다.
길을 걷다 방역연기를 뒤집어 쓴 용연이가
자고일어났는데 초록색 괴물로 변해 있다는 이야기 같은 거다.
더하여 한달음에 대검찰청으로 달려가 총장인 윤석열의
허리를 꺾어 불구로 만들었다면 사람들은
틀림없이 만화같은 이야기 좀 그만하라 할거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른다.
이처럼 인과관계 없이 황당한 이야기의 만화는 어디서도 안실어준다는 걸.
그리고 세상엔 흥미위주의 만화도 많지만 삶의 의미를 묻거나 사회성 짙은
내용의 만화도 적지않다는 걸.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서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말한다.
"소설 쓰고 있네. "
이를테면 조선 동아 중앙 문화 한겨례 경향 등등 에서 쓴 글들은 기사가 아니다.
소설문학이다.
조선시대 소설은 하찮은 읽을거리였다.
선비가 소설을 즐겨 읽는다면 볼장다본 거다.
이미 선비가 아니다.
주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 몰래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소설을 나름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기자들이 마구 써대고 있다.
21세기 비로소 소설문학이 만개한 것이다.
사람들은 극적이고 멋진 이야기를 가리켜 영화같다고들 한다.
삶에서 의도치 않게 멋진 장면이 연출될 땐 이렇게 말한다.
"영화 속 한장면 같아"
오십여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한번도 영화를 폄하의 의미로 쓰는 걸 보지 못했다.
정말 영화가 만화나 소설보다 우위에 있는 걸까?
물론 아니다.
장르가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비유를 들어 말할 때만큼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영화같다는 말대신 만화같다는 말이 칭찬의 의미로 쓰일 날이 올까?
만화인으로서 조금은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20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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